주인공의 경험이 실제상황인가 혹은 단순한 정신착란증으로 인한 개인적 환상인가 하는 문제는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감상자 마음이다. 어느쪽이든 말이 된다. 감독도 여러각도에서 해석가능하도록 의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느 쪽이든 타당하다고 보지만 여기서는 보면서 느꼈던 개인적 생각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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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영화는 발상부터가 모순이 있다.
시간을 거스른다는 모티브를 가지는 인류의 모든 소설들은(신화, 영화, 소설, 민화 다 포함) 사실 원천적으로 모순을 갖고 있다. (이 모순에 대해선 어릴 때부터 줄 곧 생각해 왔던 거지만 정리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기회에)
이것에 대해 우선 말해볼까.
그 모순이란 뭐냐하면 현재(현재는 정신병동에 갇힌 주인공이 '그녀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책상밑에 쭈그리고 글을 쓰는 걸로 생각하자. 그러니까 영화의 첫장면)의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여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공간은 하나지만 그 공간을 끼고 있는 "과거"라는 시간은 여러버전으로 존재한다는 거다. 그리고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는 그 행위는 그 여러버전의 시간적 공간중에 하나를 골라잡아 올라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봐, 제목에서 얘기하듯이 하나가 변하면 그 외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이 세상사이고 그게 나비효과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일에 그일이 행해진 바가 조금 달랐을 때 펼쳐질 미래는 여러버전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영화 시작 후 얼마동안 나는 주인공이 어떤 종류의 정신착란을 겪고 있는 거라 은연중에 가정하였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스릴러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관객의 뒤를 때리는 반전같은 것을 기대했고 그 것이 무엇이 될지, 그리고 그걸 알려주는 단서같은 것들을 찾아내려 했었는가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이 중반부터는 서서히 명백해 진다. 주인공은 정신병자자가 아니라, 실제로 과거로 돌아가서 이미 자기가 했던 일을 다른 방식으로 행한 후 자신의 현재를 다른 버전으로 바꾸는 능력을 타고 난 존재다. 이 영화는 그래서 현실적 영화가 아니라 판타지에 가깝다.
주인공은 아마 시간과 공간적 공간, 4차원적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그걸 뛰어넘어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초인적 인간일 것이다. 우리가 3차원 공간에서 여기 있다가 저기로 갈 수 있듯이(학교에 있다가 집에 갈 수 있듯이) 주인공은 23살에 있다가 9살에 갈 수가 있는 거다. 그의 아버지도 아마 같은 류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 이런 종류의 픽션에서 주인공이 초인적 존재가 아니라 그냥 일반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건 모순이 된다. 왜냐하면 일반 인간이 어떤 우연의 일치로 혹은 어떤 특수한 경로로 과거로 가게 되었다면, 그가 미래에서 가졌던 의도도 모두 잊어야 마땅하다. 9살로 돌아간 그 시간적 공간에서 23살의 그의 이야기는 진행된 적조차 없다. 9살의 그는 23살의 기억이 없어야 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모든 걸 기억하고 그걸 맘대로 주무르기까지 한다. 요리 갔다 조리 갔다. 엉망이 된 일을 새로 재구성 해야겠다는 의도를 항상 갖고 있다. 지금껏 살아봤던 모든 버전의 인생을 머리속에 모두 갖고 있는 거다. 그 기억을 저장하는 매체는 뭔가. 주인공 머리속 뇌의 화학물질이다. 23살에 형성된 화학물질은 9살에 없어야 마땅하다. 주인공은 항상 새로운 기억을 뇌속에 제공받지(?)만 그리고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코피를 흘리곤 하지만 이미 살아봤던 인생의 기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은 초인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일단 모순이 되지 않으려면 주인공은 항상 초인적인 존재로 설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주인공을 초인적 존재로 설정해 둔다고 해도 문제가 존재한다. 이 초인적 존재는 여러 버전의 인생을 일단 겪어봐야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안다는 것, 그리고 겪어 보지 않은 인생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시간을 뛰어넘는 초인적 존재에게도 시간이라는 개념이 필요하게 된다. 과거의 주인공은 이 인생은 안 살아봐서 모르고 지금의 주인공은 그 인생을 이제 살아봤으니 아는 거다. 과거와 현재가 다르다는 것은 시간이 존재할 때만 가능한거다. 으~~ 무엇이든 시간이 안 필요한 게 있을라고. 그러므로 시간을 뛰어넘는 다는 것부터가 내겐 모순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시간을 초월하는 주인공이 존재하는 그 곳,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보다 한차원 높은 그 차원 자체가 또 다시 존재하여 그것이 바로 5차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주인공은 우리보다 한 차원 높은 또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는 존재가 된다. 반드시 신적인 존재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어떤 모순이 존재하지만 그 모순이 모순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서 이야기를 꾸며내고, 그 이야기가 원천적 모순을 갖고 있던 어떻든간에 꽤 쿨하고 그럴 듯 하다면 그 상상(거짓말)은 즐기고 간직할 가치가 있는 거다.
이런 입장을 전제에 깔고.
http://www.nfeel.co.kr/tt/index.php?pl=35 에서
첫째 모순점이라고 꼽는 것에 대해 말하자면,
사실 제대로 되려면 주인공의 첫번째 버전의 인생에서 부엌에서 칼을 집는 장면은 없어야만 한다. 왜냐면 그 장면이 만들어 지는 것은 이미 미래를 경험한 주인공이 폭탄을 제거하려던 의도를 품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주인공의 첫번째 인생에서 그런 따위는 의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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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래 내용 잘 못 적은 거 같다.
--> 진행되는 삶 속에서 주인공은 단기기억살실증이라고 설명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억살실증이 아니라, 이미 자란 현재의 주인공이 자신이 의도한 바대로 과거로 돌아갔을 때 그 의도한 바를 까먹는 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으~~ 설명하기 힘들어.
극 진행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은,
공간적 공간은 하나이나 그 공간을 껴안는 시간적 공간은 멀티플하여서 ///===================================================
자자, 이 얘기는 그만 설명하고
사실은 이 부분에 어렴풋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냐하면
한 공간을 껴안는 시간 흐름들이 여러 버전으로 존재하고, 관객이 종종 보는 부엌에서 칼을 숨기려다 들키는 것과 같은 장면은 그 서로다른 시간적 버전들이 단지 순간적으로 겹쳐서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것 뿐이라고 여겼다. 아니면 또다른 가능성으로, 주인공이 의도한 일기장이나 비디오테잎을 매개로 하는 시간 이동외에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종종 그 다른 버전들안에 배치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건 아무래도 단서가 적은 그저 나의 상상이다. 뭐, 아무렴 어때. 사실 나에게 "진짜 사실은 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혹은 감독이 애초에 의도한 바를 알아내고 싶은 것도 아니다.(그게 중요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저 감독이 던져준 상상의 그물을 여러 각도에서 다시 들추어 보고 또 다른 방향으로 상상해보는 즐거움을 갖는 것일 뿐이다. 이 모든 건 어차피 놀이가 아닌가.
둘째 모순으로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아버지를 만난 것은 미래에서 계획한 특별한 의도때문이 아닌 듯하지만, 만약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면 이 장면도 첫번째 버전의 인생에서는 없어야만 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말했듯이 의도하지 않게 겹쳐진 또다른 버전의 시간공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뭐가 진실이든 간에 양쪽다 흥미로운 가정이다.
셋째번 모순점에 대하여서.
영화를 그저 한번 죽 감상하여 그다지 냉철하게 정리가 안 된 입장에서 확신은 못하겠지만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갈 때는 언제나 매 순간 처해있는 시간적 버전 안에서, 그때 진행되었던 사건 안에서 돌아가고자 하는 시점을 정하곤 했던 것 같다.
일기장은 분명 여러 버전으로 존재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서로 다른 시간별 버전에서는 서로 다른 인생이 있었고 서로다른 일기장이 씌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각각 처해진 시간공간 안에서 유효한(그 시간공간 안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 중에서, 그리고 그 시간버전의 흐름 안에서만 이동시점을 선택하였다. 그러니 문제가 안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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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 수록 머리 속에 어렴풋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풀어내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지 모르겠다. 나를 위하여 대충 정리해 보는 것은 그럭저럭 되지만, 남이 읽었을 때도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적절한 단어를 고르고 적절한 단계를 거쳐 풀어가는 것이 진정 힘겹다.(사실 나이 먹지 않았을 때도 그랬나??)
암튼 이 주절거림도 나를 위한 내 머리속 정리라는 편이 나을 듯 싶다. 언제나 내 일기는 이 단계에서 끝나버리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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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자체에 대해서 조금 남기자면
소재도 전개과정도 흥미롭고, 여러가지 부가적 상상도 즐거운 일이었지만, 비슷한 종류의 영화들에서 느꼈던 "캬!"하는 탄탄한 구성감이 좀 없다.
후반부로 갈 수록 좀 뻔하게 느껴지는 감이 좀 있다.
이건 아마도 이 영화가 그저 '스릴러' 영화가 아닌 '판타지'라는 점 때문인 이유가 클 것이다. 나같이 조급한데다 생각 좁은 관객들은 초반 분위기로 대충 어떨거라 짐작해버리고 만다. 또한 뭔가를 기대하기 시작하는 거다. 그 기대감을 후반에 충족시키지 못하면 김빠진다는 소리를 하게 되있다는 것. 어쩔 수 없지..
+++ 어디서 그렇게 유년기나 청소년기나 애쉬튼 커처 닮은 애들을 구해다 썼을꼬. 다른 친구들도 좀 마찬가지로 닮았더라. 대충 헤어스타일 등으로 닮게 꾸몄나?(저 사진에서는 그다지 닮아 보이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