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교육


엔딩 음악이 흐르고, 한동안 멍했다.
이거 이거 대단히 재미있다.
마놀로 신부가 행한 '나쁜 교육'을 비판하려는 것도 아니고, 동성애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영화도 아니다. 가르시아 베르날의 요란한 드랙 분장, 동성애 섹스장면 같은 것들은 모두 이영화의 초점은 아니다.(꽤 중요한 요소지만)

이 영화는... 사랑이야기다.
욕망과 질투, 탐닉 그리고 배반에 관한 여느 사랑이야기말이다.

별다른 특별한 무엇도 아닌 이나시오, 엔리케, 후안, 마놀로 신부. 네 남자의 그렇고 그런 사랑이야기라는 걸 아주 뒤늦게 깨닫게 만든다. 그래서 더 맛깔스러운걸까. 오직 가르시아 베르날땜에 본 영화기 땜에 별다른 기대는 안했지만, 주워 들은게 좀 있어서 카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어린 동성 학생에게 찝적대는 신부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려니 했었다. 근데 출판사 편집자가 된 신부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풀려나가면서 딱, 멍해지기 시작했고(삘받는 영화들은 다 이런다) 엔딩과 함께 뭔가 유쾌한 기존방식의 뒤틀림, 말하자면 신선한 어떤 걸 경험한 듯한 (기분좋은) 충격이 밀려온다.

'필름 누아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전형적 '팜므파탈' 역할로서의 후안. 이 얼마나 재밌는 발상인지.
다시 말하고 있는 거 같지만, 대단히 재밌는 영화. 탁월한 스토리 라인과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예술인 영화. - 사실과 허구가 묘하게 겹치고 또다른 액자가 나타나 진실을 까발리는 스타일(뭐, 당신이 동성애에 대해 특별히 역겹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는 별 상관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도 보면서 좀 거시기했다.)

p.s - 또다시 스페인어 맘에 든다. 아모레스 페로스부터 시작된 증상이다. '시'가 아마 예스인가? 워터도 배웠는데 까먹었네.
- 페드로 알모~~ 머시기 감독. 기회되면 다른 것도 봐야지. 고등학교 지구과학 선생님이 피프에서 보고 핏대올리며 얘기해주던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 이 작자꺼라지? 그녀에게도 봐야겠다. 이 쪽이 볼 기회는 더 많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