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늘 올해 들어 제일 살벌하게 춥더니만,
밖이 쿵쿵거려 창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어둠속에 이웃집 지붕이 눈에 소복이 덮여 있다.

부시럭 부시럭 눈은 하염없이 내려 밤을 하얗게 새운다.

이것저것 끌쩍대는 랩탑컴퓨터 한구석에 띄워놓은 날씨위젯에는
내일도, 모레도 눈이 내릴거라고 눈아이콘이 두개나 그려져 있다.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는 겨울로 들어서는 입구인데,
퇴근길에 집어든 김이 피어오르는 오뎅과 가슴을 덮혀주는 뜨끈한 국물에,
역시 오뎅은 추울때 먹어야 진짜 제맛이야라고 생각하고 잠시 행복해졌다.

내가 만약 열대의 섬 해변에 오두막을 지어 살고 싶어하는 오랜 꿈을 이룰수 있다면,
그때는 아마도, 오늘의 칼칼하도록 리얼한 서울의 추위가 그저 흑백사진처럼 뿌옇게 변해버리게 되겠지.
오뎅집 천막 안을 가득 채운 뿌연 김처럼 그렇게 아득한 추억 한자락으로만 남게 되는 거겠지.

겨울이다. 스물여섯의 겨울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