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프로그래밍의 힘

벼룩을 뚜껑이 없는 상자에 집어 넣으면 재빨리 튀어 나온다. 그러나 상자의 뚜껑을 닫아 놓으면, 벼
룩은 처음에는 미친 듯이 뛰어 오르지만, 곧 포기해 버린다. 그런 다음에는 뚜껑을 열어놓아도 벼룩
은 더 이상 상자에서 나오려 하지 않고 그대로 머무른다. 전처럼 펄쩍 뛰어 상자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건에 의해 한계가 프로그램밍되어 있어서 그 한계가 미래에도 그대로 존재
하리라고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벼룩은 조그만 동물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 큰 두뇌를 가진 코끼리는 그보다는 훨씬 현명
할까? 서커스단 사람들은 어린 코끼리의 목을 말뚝에 줄로 매놓고 훈련시킨다. 말뚝은 땅에 단단하게
박혀있다. 이럴 경우 목에 묶여 있는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들 때면 더 이상 멀리 갈 수 없
다는 것을 어린 코끼리는 재빨리 터득한다. 이렇게 길들여진 코끼리는 조금만 힘을 쓰면 작은 기둥 정
도는 쉽게 뽑을 만큼 성장해도 그 기둥을 뽑아버리고 도망갈 생각을 하지 못한다. 줄이 당겨지는 것
이 느껴지면, 더 이상 멀리 갈 수 없다고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우 서글픈 이야기지만, 이는 제도권 교육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온 수많은 성인들의 비극에는 비
할 바가 못된다.

불행하게도 우리들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이면 완전히 보통 사람으로 프로그래밍된다. 그
때부터 인생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다 할지라도 보통일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러
한 태도는 변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결혼생활 혹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아주 좋게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대신에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다. 무엇인가를 하면서도, 이제까지의 모든 기록을 깨며 특별하
게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대신에 그저 자신 안에 프로그래밍된 대로만 행동한다. 위험부담을 감수하면
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시행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는 커다란 위험을 극복하고 놀라
운 성공을 이룰 능력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래밍이 우리에게 굶주림이라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에
게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고용주, 선생님, 혹은 배우자 등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긴다. 최고급 승용차나 대저택 등은 스티븐 스필버그,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을 위해서나 존재하는 것
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행복한 결혼 생활도 천재 혹은 미인과 결혼한 사람을 위한 것이지, 그저 평범
한 사람과 결혼한 우리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대, 공대, 법대는 지은이 아주 높
은 사람들을 위한 곳이지, 우리들, 혹은 우리 아이들은 위한 곳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기업은 좋은 배경을 가지고 그러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운도 좋은 뛰어난 사업가가 이루는 것이지, 아
무것도 없는 자신은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왔고, 또 자신이 그렇게 프로그
래밍 되어도 저항하지 않았다. 운동선수, 과학자, 연구원들까지도 그러한 부정적인 프로그램에 의해
엄청난 제약을 받아왔다.

미국항공우주국 NASA의 기술자들은 소형 상업용 제트기의 모형을 100만 달러 이하의 비용으로는 제작
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그 결론에 따라 제작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빌 리
어는 겨우 10만 달러를 들여 모형을 제작했다. 그는 NASA의 기술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래밍되
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 의학계에서는 소아마비를 ‘극복할 수 없는 질병’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조나스 솔크(Jonas
Salk)라는 의사는 그 프로그래밍을 떨쳐 버리고 소아마비를 ‘과거의 질병’으로 돌려놓았다. 더 중요
한 점은 솔크 박사의 혁신적인 성과가 있은 이후 의학계는 ‘절대로’라는 말을 ‘절대로’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배웠다는 점이다.
휴넷

나도 이말 안다. 근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축적된 잠재의식이라는 게 있어서, 꽤 큰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살면서 쌓이는 지성, 연륜이라는 것이 이러한 프로그래밍의 결과물을 모아놓은 집합따위 일 수도 있다.
한 (전문)분야에서 쌓는 경력, 관록이라는 것도.
그래서 때로는 그런 관록보다도 신입의 무모함, 나무가 얼마나 높은지 고려하기도 전에 도끼질부터 해대는 젊음의 패기가 훨씬 더 가치로운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익숙함이 갖는 장점도 분명 있으나, 정말 많으나,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어딘가 미숙하고 결정되지 않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언제나 미완성인 상태로 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완벽을 꿈꾸는.

'절대로'인 것은 없다. 세상에 '절대로'라는 말은 없다. 귀납법으로 증명된 문장은 언제나 '오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세상에 이미 결정되어져 버린 것은 없다. 시간이 아직도 흐르고 있고, 내가 아직 숨쉬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