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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3 창가의 고양이 2
  2. 2006.07.29 파워퍼프캣 강냥이

창가의 고양이

황진이 포즈를 하고 창가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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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냉아 불렀더니 뒤돌아 봐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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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퍼프캣 강냥이

####우리가 처음 만날 날.

2006년 6월 27일이었나, 28일이었나?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퇴근길, 뒷목이 뻐근해지고 저녁 어스름과 함께 뭔지 모르게 일상을 벗어나고픈 욕망이 스밋스밋 넘실거릴 때. 그때 만났다.

우리 사무실 옆 빌딩은 며칠 전 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건물은 부직포와 같은 천으로 감싸지고 낙석주의라고 크게 써붙여 놓았다. 제일은행이 있던 건물이었다. (그가 그래서 제일은행둥이다.)
그 바로 옆에서 목청 돋구며 에웅에웅 거리고 있었다. 내가 손을 내밀었으나 머뭇거리며 다가오다가 다시 멈추곤 한다. 우리 사무실 빌딩의 주차관리소 경비아저씨는 나보고 데려가라고 했다. 오늘 하루종일 저러고 있어. 도망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사람에게 다가오지도 않아. 제일은행이 이사가면서 어미가 버리고 간 새끼가 몇마리 나왔는데 이제 쟤만 남았어.
그러면서 내가 데려가려고 맘을 먹고 번쩍 들어올리자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하나 준다. 이거 가져가서 먹이라고. 새끼고양이에게 우유를 주지 말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내가 먹을 요량으로 감사합니다고 하고 받았다.(크흐흐)

한손바닥에 무리 없이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였다. 병원에서는 이가 제대로 나지 않았으며 한달이 채 될까말까 해보인다고 했다. 집에 데려왔으나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미친듯이 울기만 하였다. 그리고 덜덜덜덜 쉴새없이 떨었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건지 안하는건지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배를 땅에 붙이고 기어다녔다.
작은 움직임, 소리 하나하나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예민하게 굴었다. 낙석이 떨어지는 공사장 한가운데 사흘동안이나 있으면서 많이 놀랬나. 이불 속 같은 곳으로 파묻혀 들어가서 숨고 싶어만 싶어 했다.
젖병을 들고 끊임없이 뭔가 먹여보려 했지만 진을 다 빼고도 한방울도 먹이지 못했다. 말도 안듣고 시키는대로 하지도 않고하여 얄밉기만 하였고, 그래 맘대로 하라지 하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이틀을 출근땜에 혼자 놔두었는데 집에 가는 길에 그러다 정말 죽어버리는게 아닐까?생각이 드는거다. 이틀을 굶은데다 집에 사람이 없을 때는 정말 하루종일 쉬지 않고 울어제끼는 모양인지 집에 가보면 목이 다 쉬어있곤 하였다. 그 쉰 목 그대로 또 울고 또 울고 하였다.

사흘째 퇴근하여서는 "정말 미안해미안해" 하는 심정되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사료를 물에 불려서 입앞에 대주니 조금씩 먹기 시작하였다. 떨지 않게 되었고, 계속해서 울지도 않았다. 화장실이 어딘지 몰라 못찾아가곤 했으나 눈치를 보고 쌀때다 싶을 때쯤 모래에 넣어주었다. 그땐 정말 제 똥도 모래로 제대로 덮을 줄을 몰랐다. 엉뚱한 곳 모래만 몇번 앞발로 쓸다가 기어나오는 걸 보니 고양이 맞나 싶었다. 제 똥꼬 그루밍 할 줄도 몰라서 응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똥꼬에 분무기로 물을 쏴주면 고개를 배에 파묻고 그루밍을 시작하려 시도를 하지만, 머리가 너무 큰(!)나머지 중심을 못잡고 쓰러지는 바람에 번번히 실패했다.
으이구, 한심스러워. 밉상이야 밉상!하였다. 동물을 무턱대고, 앞뒤안가리고 좋아했던 나도 낯선 동물을 집안에 데려온 상황에서는 좀 달라진 것 같았다. 예전과 달리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아님 상대가 너무나도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어서 그런지 그냥 막 너무나 사랑스럽지는 않았다. 그냥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지켜보고 있게 되는거다.


어느 시점부터 그가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을까?
불러도 대답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고개를 돌린다든지 하는 반응조차 없던 고양이가 졸린 눈을 하고 내 배위에 올라서 척 늘어져 잠을 청하던 그 때부턴지, 머리맡을 기웃거리며 말랑말랑한 손으로 내 뺨을 툭툭치던 그때부턴지. 그냥 어느 순간부턴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처음 온날 무자비하게 세척을 당했던 그 현장인 욕실, 그렇게 무서워하던 그 욕실에 똥누러 들어갈 때조차 소리없이 펄쩍펄쩍대며 따라와 굳이 똥냄새를 맡으며 발 밑에 앉아 있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제멋대로 불러도 대답없는 고양이지만 어느 순간 옆에 와서 제 엉덩이와 등을 내 발, 내 등짝, 내 머리통 등등에 기대어 놓고 휴식을 취한다.
자연스럽게 나와 그는 동거인이 되었고, 내 바램을 담은 이름처럼 그는 강한 고양이(강냥이)로 거듭나기 위해 매일 밤 무예수련에 열심히다.

설겆이 하느라 싱크 앞에 선 내 발 사이를 얼쩡거리며 제 털로 간지럽힐 때 그때 제일 사랑스럽다.
또 마치 알을 품는 새처럼 앞발을 접어 가슴팍에 집어넣고, 고개는 꼿꼿이 든 채로 앉아 있을 때 깜찍해서 쓰러질 거 같다. 또또 내 코에 제 촉촉한 코를 살짝 대면서 코를 물어뜯을 때(ㅡ_ㅡ;)도 좋다. 또또또... 암튼.

니가 세상을 살아온 날 중 절반이 나를 만나기 전이었고, 또 반을 나와 같이 보냈는데 어때, 좀 더 행복하니?

####전 여자도 남자도 아닌 몸입니다.

배에 선명한 여섯개의 젖꼭지, 똥꼬와 가깝게 맞닿은 오줌누는 그곳. 나는 틀림없이 암컷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집에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이 혼자 사는 몸이라 강냥이에게 이런저런 말을 나도 모르게(!)하게 되는데, "언니 좀 물어뜯지 마!!!"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곤 했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여자인 줄로만 알았다.

근데 데리고 온 지 3주정도 되는 날부터 오줌누는 그곳이 점점 올라오더니 이제는 선명하게 남성의 그곳이 되어버린 거다! 강냥이는 남자고양이었다. 근데도 지금도 나는 이 기지배야, 기지배야 하고 부른다.;;;;; 고양이처럼 기지배라는 호칭이 잘 어울리는 동물이 또 있을까.


####니가 주몽이냐? 무예수련 좀 그만 할 수 없겠어???

보이지 않는 적을 매섭게 노려보며 비장하게 덤비는 그 모습은 정말 말로만 듣던 그 상상훈련의 진면목이 아닐 수가 없다. 내게는 절대 보이지 않는데 적의 공격 루트를 치밀하게 상상하는 건지, 이리저리 샥샥 피하면서 적당한 기회를 노려 그 적에게 공격을 가한다.
또는 핸드폰 목줄을 막 흔들면서 이것봐라 이것봐라 하고 놀릴때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꼼짝않고 그 줄을 응시하고 있다가 내가 손을 멈추는 그 순간, 타이밍을 놓칠새라 재빠르게 앞발을 들고 펄쩍 날아올라 줄을 덮치기도 한다. 털을 세우고 몸을 들어올려 사이드스텝을 밟을 때는 꺅! 멋있어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고양이가 멋진 동물인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사냥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으른 듯 하면서도 의외로 남이 모르는 때에 정신을 예리하게 갈아 놓는 것만 같다.

다만 다 좋긴 한데, 의자위에 올라갔다가 우당탕탕거리며 식탁에 올라가기도 하고 발톱을 세운채로 누워있는 내 다리위를 평행봉 걷듯이 휙 지나가버리고 하는 것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얼마나 아픈지 알아???!!!!
퇴근하여서도 밥짓느라 저한테 관심없는 듯이 굴라치면 그 발톱으로 서있는 나를 기어올라와서 어깨 꼭대기까지 도착해 올라앉아 있는다! 그러고는 내가 손으로 뭘 하고 있는지 나와 같은 시야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거다. 거기까진 좋은데 강냥이가 어깨위에서 균형잡느라, 발톱을 세우고 앉아 있어서 목 언저리에 상처난단 말이다. (누가 보면 야한 생각할라.)

게다가 요즘은 이빨이 근질근질한지 내 손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내가 "아야!"하고 소리치면 좀 강강도를 조절하며 살살 깨물다 곧 다시 세게 깨물고를 반복한다. "이새키 이거"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너도 당해봐하는 생각에 제 앞발을 깨물었더니 우엥우엥거리면서 저는 내 손을 깨무는 걸 멈추지를 않는다.

잠자다가 이놈이 깨무는 통에 깨기도하고 암튼 무는 버릇땜에 고통스럽다. 더운데도 손발을 이불속에 넣어놓고 자야만 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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