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자 오늘의 주제는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왜 그렇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집착하게 되는걸까.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화인데도 기억을 되새김질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그곳의 냄새와 느낌과 함께 연합되어 금방 그들이 그리워진다.
아마도 아래와 같은 이유들이 아닐까.
나는 보통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 대부분의 시간은 심심하고 대화가 고프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현지에 있는 사람과의 interaction이 즐겁고 나중에도 기억에 남는다.
여행중이라는 사실때문에 나는 항상 UP되있었을 거다. 누구에게나 미소를 보내는 그들의 분위기에 쉽게 동화되어 나도 미소로 화답하고 그게 바로 새친구를 사귀게 되는 기회가 된다.
금방 헤어지게 될거라는 것, 그리고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될거라는 것이 그들과의 시간을 더 치열하게 보내게 만든다. 그것은 곧 추억이 되고 추억은 그리움을 남기지.
장소가 아름다워 작은 일도 멋진 기억을 만든다. 멋진 것을 함께 구경하는 동반자라는 생각은 일상에서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것보다 아름답게 포장되기 마련이다. 일상의 질척함보다는 쨍하고 선명하고 멋진 것들, 그런 것들을 배경으로 존재했던 사람들이 아름다워보이지 않겠는가.(물론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는 여전히 나 못지 않게 구질구질할지라도.)

- 내 무릎 생채기에 약초를 붙여준 가이드, 그 가이드가 위험하지 않는 젤리피시를 소개해주었다. big lagoon을 보며 This is my office라고 뽐내며 얘기했지. 나라도 그렇겠지만 바쿠잇 군도를 얘기하는 그 지역의 모든 사람은 모두 너무 자랑스러워 한다. 여기 같은 곳은 다시 없을거에요, 반드시 다시 오게 될거에요 등등. 근데 진짜 다시 없을 것이다. 백배 동감합니다. 그리고 진짜 다시 가게 될것 같다. 서양인과 커플이었던 말레이시아 소녀. 그녀와 함께 보았던 시크릿 비치에서 불가사리의 makeout장면! 시간이 있다면 floating beach를 소개해 준다던 그의 친구 Circle.(나는 언젠가는 그 floating beach를 보러 다시 가게 될거 같다. 그러면 그가 얼마나 놀라 자빠질까. 하하핫. 그리고 사실은 그리움때문이었지만 잔뜩 의기소침한채로 내 발도 안보이는 어두운 칼란 비치를 걸어서 비치의 거의 끝에 위치한 그의 어머니의 민박집에 도착했다. 소박하지만 멋진 해변과 해먹과 긴의자가 있었다. 그냥 일상적인 대화였지만 K의 어머니에 비해 많이 늙으신 그의 어머니와의 짧은 대화가 신기하게도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세상의 끝에서 만난 휴먼처럼 느껴져서일까. 고요해서 더 크게 들리는 파도소리 때문이었을까. 다음에 갈때는 거기에 묵어야지. 그냥 한 한달정도 세를 내는 것도 괜찮을 듯.) 잔돈이 없다며 그냥가고 내일 콜라값을 달라던 주인. 내가 스노클링 마스크를 가져갈까봐 BEBS까지 찾아왔던 알만의 어머니. 그래 그 가족들. 알만과 참 예쁘고 키가 크던 그의 누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지갑을 주워 아트카페에 연락해준 얼굴을 모르는 아저씨. 그 아저씨 집으로 나를 안내해주던 친절한 아트카페의 직원. 그녀와 함께 찾아갔던 골목길에서 본 현지인들의 아침 일상 모습. 그 아저씨의 부인. 어린 아기를 데리고, 필리핀인 내니를 대동하고 여행하고 있는 캐나다에서 온 부부. 아기는 겨우 두달째지만 벌써 멋지게 tanning된 상태이다 헉. 시장에서 만났던 아저씨. 내가 과일 어떻게 까 먹는지를 물어봤던 길거리 주민.(그 따위것을 물어보는 신기한 여행자는 처음이신가요. 깔깔거리며 웃으며 헤어졌다.)
그리고 생각나는대로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