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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1 영화 속을 사는 우리
  2. 2010.11.15 현실 vs 꿈, 직업 vs 취미
  3. 2010.10.10 Seaside balcony
  4. 2010.09.30 원칙
  5. 2010.09.09 날이 저물기를 기다리며
  6. 2010.08.25 악마를 보았다(I saw the devil) 1
  7. 2010.08.22 제주 정리 1
  8. 2010.08.16 한라산 등반(2010.8.14)
  9. 2010.08.02 8월
  10. 2010.07.26 Inception (스포일수도??) 3
  11. 2010.07.13 제주
  12. 2010.06.20 The good, the bad, the weired
  13. 2010.06.10 나는 끝도 없이
  14. 2010.06.05 외로운 6월 초여름 퇴근길에는 헌 책 쇼핑을
  15. 2010.05.24 swan lake
  16. 2010.03.03 조직, 무력감 2
  17. 2010.01.01 불현듯 깨닫다.
  18. 2009.12.02 여행의 장면#1
  19. 2009.11.26 사람들
  20. 2009.11.19 19 NOV
  21. 2009.11.18 18 NOV
  22. 2009.08.23 소망이 있다
  23. 2009.07.27 jisan vally rock festival 후기
  24. 2009.07.27 liam - my kinda country
  25. 2009.06.25 독신
  26. 2009.06.25 20대의 끝
  27. 2009.05.16 굿나잇/미스트리스
  28. 2009.04.19 Saawarya
  29. 2009.04.06 Noel's 'Tales From The Middle Of Nowhere' (02/04/09)
  30. 2009.04.05 The World At Night(TWAN) 프로젝트 사진 중 몇장

영화 속을 사는 우리

오늘 미아CGV에서 미션임파서블4 : 고스트 프로토콜을 보고 집에 오는 길 버스 안에서.
새해를 약 1시간 정도 남겨두고 있었다.

어느 아가씨, 버스에서 내린 후 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커피숍으로 들어가 창가에 앉아 있던
남자친구의 볼을 마구 문지르며 인사한다.

바로 그 옆에 조그마한 리폼하우스.
한 할머니가 하얀 불을 밝히고 밤 늦도록 재봉틀 앞에 앉아 옷감을 박는다.

왜 영화같은 걸 본 이후에야, 인생이 영화같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거리의 그 수많은 일상적인 사람들이,
마치 러브액추얼리의 공항에서 포옹하는 수 많은 사람들처럼,
저마다의 이야기, 저마다의 사연과 스토리를 살아가며, 그 작은 한 조각같은 장면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

그 모습 한장면 장면들이 아까워 찍어두고 싶다 생각하였다. 

현실 vs 꿈, 직업 vs 취미

현실을 꿈으로 변명하지 마라. 현실에 대한 변명은 꿈은 아니다라는 요지의 한겨레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어느 소설가의 고민상담 연재 기사인거 같았는데 트위터 favorite 안해놔서 다시 찾기도 힘드네.

어허 그럼.
현실은 JOB이고, 꿈은 취미인가.

소설가 꿈을 이루기 위해 직업이었던 선생을 벗어 던진 후 글 한줄 쓰지 못했다는 선배의 일화.

취미는 딱 꿈으로 삼을 만큼만 사랑하기 때문에 그냥 꿈인가. 그것이 인생을 지배하는 JOB이 되었을때도 그만큼 사랑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인가.

취미를 JOB으로 삼고 힘들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취미를 인생만큼 사랑하는 독종/별종들일 뿐인걸까.

그럼 나는.
내게 꿈이 두가지가 있는데,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건 오해였을까.
잘하지 못하더라도 그저 하고 있기만하면, 되는 걸까. 그럼 이미 이루어 진건가.

Seaside balcony




NOV 2009 El Nido

발코니 문을 열면 은빛 물이 쏟아져 들어 오던 곳

원칙

내가 타당한 지침과 원칙을 무시했을 때, 그로 인해 덕을 본 사람도 결국에는 나를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다.

 

다만 원칙에 매달리느라 진짜 중요한 더 큰 가치를 놓치는 고지식쟁이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가치보다 원칙을 앞세우는 주객이 전도되는 어리석음도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음에야,

그 순간에는 타당해 보이는 변명으로 무장한 샛길, 편법들과,

그것을 종용하는 사람의 경력과 명령관계로 인한 권위,

나름의 인생고와 사정에 대해 공유하는 친분관계로 판단력이 흐려져서는 안된다.

날이 저물기를 기다리며


2010.08 제주, 성산항

악마를 보았다(I saw the devil)

김지운 감독 4작품을 보았는데, 4연타이다. 앞으로는 님 이름만 보고 영화를 선택하게 될 듯.
전작과 같은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맛은 덜하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리얼리티에 도움을 준 느낌.
주위에서 하도 세다는 말들을 많이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거부감들진 않았다.

(그러나 완전 많이 사간 통통오징어는 하나도 못먹었다 ㅋㅋㅋ)

오히려 수현의 복수가 첨 호언장담했던 것에 못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

"악마를 보았다"에서 악마가 장병철인지 김수현인지 헷갈릴 정도로 시원한 복수극으로 진행되는게 아닐까 했는데 말이다.

잔인하네 마네 하는 느낌을 결정짓는 것은 그 대상에 따라 심하게 달라지는 것 같다.

영화가 (좀 많이 과장하자면) 무슨 뉴스보도 화면처럼 꾸밈이 없고, 거기다가 사람들 대사도 많이 없어서 마치

실제처럼 몰입하게 된다. 거기다가 잔인한 연쇄강간살인범 사건은 실제로도 많이 일어나서 마치 사건25시 같은 프로그램의 실제 사건 재연을 보는 듯한 기분.

몰입한 나머지 이 개사이코에 대한 분노가 너무 세져셔, 이 놈이 당할때에는 무슨 짓을 당해도 전혀 잔인하다는 생각이 안드는거다. (나 좀 무서운 사람인 듯 ㅋㅋ)

 

보면서 한번더 들었던 생각은 현실에서 이런 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대사에서처럼 이들은 공포도 걈정도 없어서 복수하기에도 불가능하고, 법적 처벌로 뉘우치게 하기도 불가능한 것 같다.

풀려나오면 똑 같은 짓거리를 반복하는 성범죄 전과자들은 어떻고.

이런 생각만 하면 좀 갑갑해져서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범죄를 예측하고 막는 그런 시스템이 진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하도 한을 안고 사는게 우리네 민족의 정서라는 얘기가 많았고, 수많은 문학, 예술에서 그걸 승화시켜 와서,

개인적으로는 이런 영화에서 억눌린 판타지를 채우는 것 같다. 받은 만큼 똑같이 돌려주고 싶다는 판타지말이다.

허나 당하는 사람한테나, 가하는 사람한테나 진절머리나는 복수극 뒤에 마지막에는 항상 수현의 울음처럼 상처가 남는다.

그게 복수전의 상처보다는 좀 덜어진 상처일까. 아니면 더 한 상처일까.

 

암튼 이병헌은 정말 뵨사마라는 타이틀에 가려진 몇 안되는 걸출한 연기자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

최민식도 물론 말이 필요없겠지만, 개인적으론 그 맑은 눈이 맘에 안들어요. 그 맑은 눈에 사악함이라니 더 용서가 안되는 경우인가.ㅎㅎ

그러나 오히려 동네 슈퍼집에서 오다가다 마주치는 동네 아저씨 같은 스스럼없는 자연스러움이 더 소름끼쳤는지도.

악마가 대놓고 악마처럼 생기라는 법은 없고, 오히려 그게 더 현실성있는 설정이긴 하다.

제주 정리

-이번 여행에서 나는 그 어느때보다 자유로웠다.
홀로 여행했으므로 동행자와 시간,일정에 대해 상의할 일도 없었다. 매일 기상을 몇시에 할지에 대해서도 정해둘 필요가 없었다. 그냥 '되도록 일찍' 정도면 충분했다. 버스 스케줄과 같은 교통편도 체크할 필요가 없었다.
매일 일어나 짐을 스쿠터에 싣고, 대충 앞에 남은 도로의 모양새를 체크하고 떠나면 그만이었다.

-숙소도 정해두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준성수기에 그러면 위험할거라 얘기했으나, 내일의 숙소를 미리 정해두고 '내일 반드시 거기까지 가야해'하는 마음가짐이 생길까봐 그게 싫었다. 덕분에 어느 날은 주변 게스트하우스가 모두 예약 full 상태라 전날 묵었던 곳에서 다시 묵는 일도 있었으나, 그래서 공식적인 그날의 이동거리는 결과적으로 0Km였으나, 덕분에 성산항에서 해질 무렵의 풍경을 찍으며 나름 한가로이 멋진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정처없이 떠돌다 맘에 드는 해변이 나오면 몸을 담궜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 누군가 검은 돌로 낮게 둑을 쌓아 두었다. 그 위에 올라가 누웠다. 파도가 칠때만 물이 올라와 내 등을 적신다. 불쌍한 고둥같은 생명들을 데려다가 괴롭히며 놀기도 하고, 작은 게도 건져주었다. 물에 몸을 담그면 손바닥만한 물고기들을 슝슝슝 빠른 속도로 지나다닌다.(종달리 해안도로 해녀박물관 인근 해변)

-계획없이 기약없이 떠도는 여행길에 반갑지 않은 태풍이 찾아왔다. 비가 몰아쳐 시야가 가리고 바람은 마치 스쿠터채로 나를 날려버릴 기세였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칠새라 지도에 써있는 이름 넉자만 보고 제주 현지인도 목격한 이가 많지 않다는 '엉또폭포'를 찾는다. 내비게이션도 없었고, 나름 로드맵이라는 지도에 도로의 표기도 정확하지 않다. 서귀포시 곳곳에 엉또폭포 여기로라는 화살표를 써붙여놓지도 않았다.(그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비바람 몰아치는 도로,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야 할지 우회전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상황. 운에 맡기기를 반복하다 어찌어찌 엉또폭포 초입을 찾아낸다.

마치 구름 천장에 담아놓은 물탱크가 터진듯 우렁차게 쏟아내리는 물줄기. 제주 그 어느 폭포보다도 최고로 멋있었으나, 그리고 그 폭포로 가는 산책길에 만났던 제주 청년이 "제주 살멍 이 폭포를 처음 보네요" 하며 찬탄을 하였지만 내게 더 기억에 남는 건 그곳에 닿기까지 과정이 되었다.

-여행길의 진정한 묘미는 목적지가 아니라 목적지까지 닿기까지 과정이라 했던가. 그게 진실이라면 스쿠터는 그 과정을 황홀하게 만끽하게 해주는 최고의 수단이 된다.
길 자체의 아름다움을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찬양했을까. 아마도 제주도에 와 본 사람들이 아닐까. 몽글몽글 솟아났다가 엷게 베일처럼 퍼지는 구름과 에머랄드 빛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해안도로는 말할 것도 없다. "목장"에 대한 동경때문에 밑도 끝도 없이 길도 잘 읽을줄 모르던 둘째날 찾아간 이시돌 목장 가는 길에 맛 본 중산간 도로. 하늘과 바다의 푸른 색, 눈 닿는 곳마다 펼쳐진 초원의 녹색, 파도의 새하얀 포말, 구멍 송송 난 새까만 돌로 이루어진 이 네가지 색깔의 조합은 제주의 상징처럼 뇌리에 박혔다. 그냥 멍하니 시야에 들어오는 눈부신 풍경을 보며 달리다가, 어쩔수 없이 가다 서고 가다 서고를 반복해야 했다. 겨우 3-40Km의 속도인데도 이 길을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레를 걷는 것일테다. 걸었던 코스를 또 걷는 사람도 봤다. 아마 걸으면서도 그들도 나처럼 생각할 것이다. 걸어서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이 아깝다고.

-나름 지도를 보며 대충 계획을 세우기는 했으나 그 계획대로 하지 않았던 적이 더 많았다. 지도에 그려진 이 길대로 가야지했으나, 어느새 알수없는 곳으로 접어들고 내가 어디있는지 알수 없는 상태가 되는 일들.(초기에 더 많았다.) 제주에는 차가 잘 다니지 않는(나름 성수기인데도 불구하고) 끝없이 펼쳐진 직선도로가 많이 있다. 어느 도로인지 알수 없는 어떤 도로에서 나의 앞 뒤로 끝없이 지평선까지 이어진 직선도로가 펼쳐져있고 나는 홀린 듯 스쿠터를 멈춘다. 그러면 스쿠터의 엔진소리밖에 들리지 않고, 키를 돌려 시동을 끄면 주위는 완벽한 적막에 휩싸이고 그 길게 이어진 도로는 오로지 나만의 도로가 된다.

-태풍이 상륙한 그 날 밤, 나는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날 아침에 서귀포 민중각에 예약한다고 했으나, 알수 없는 다른 곳에 전화걸어 예약했나 보다. 바람은 거세져가고 사위는 어둑해져가는데 민중각에선 예약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받는다. 그리고 역시나 Full이란다. 비바람 속에 글라라게스트하우스까지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하며 갈팡질팡인 머리속을 하고 계속 달렸다. 그리고 마치 신의 계시처럼 곁눈으로 "한라여인숙" 간판을 본다. 이상한 곳이면 어떡하나 하고 문을 열었을때, 겉으론 퉁명하나 속은 친절한 전형적인 제주 아줌마가 나온다. 비옷입은 처자가 짐을 갖고 오겠다고 하고 나가는 걸 의아한 표정으로 보더니 내 스쿠터를 보고 비바람속에 그냥 달려온다. "아유, 이 비속을 달렸어?"하며 옷 젖는 것도 모르고 스쿠터 세우는 걸 도와준다. 그리고 마침내 작지만 아늑한 그 방에 안착했을때의 기분이란 참.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여행의 묘미란 바로 그런 것에 있는 것 아닌가. 낯선 곳에서 벌어지는 비예측성 사건들.

-별로 많지 않은 여행경험이지만, 제주를 다니며 이때까지 내가 해외에서 보았던 것들이 나름 다 있지 않나 싶었다.
화순금모래해변의 하일라이트는 사실 그 금모래사장이 아니라 바다를 면했을때 오른쪽으로 이어져있는 기이한 바위돌들이다. 제주치고는 독특한 검은돌이 아닌 약간 붉은기가 도는 바위들이 마구 엉켜있어 여기로 갈수있나 의아했는데, 올레길 표지때문에 믿고 따라갔다. (경험에 의하면 멋진 풍경을 간직한 곳에는 어김없이 올레길 표지가 있었다.) 마치 우주선같이 떡 엎어진 산방산을 배경으로 제법 길게 이어진 바위들의 모습은 참 이런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있다. 규모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호주 중심부의 킹스캐년에서 본 협곡의 지층을 연상케 했다.
협재해수욕장의 물빛은 엘니도나 피피섬에서 본 것과 비슷한 환상적 야광색이다. 그리고 송악산, 산방상, 산굼부리의 연두빛 초원도 역시 호주에서 본듯한 미지의 들판과 같은 모습. 삼나무숲길의 일직선으로 빽빽하게 뻗은 숲은 가보진 않았지만 북유럽의 숲이 연상된다.

-왜 사람들이 자신의 스쿠터에 이름을 붙이는지 의아했으나, 이름없던 나의 스쿠터와 헤어질 무렵이 되니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리만 듣고도 어떤 상태인지 대충을 알만해지니 반납해야 했던 내 스쿠터. 7박8일 남들은 징하게 오래있다 오는구나 했으나 나는 또 아쉬워서 가슴 한켠이 먹먹했다. 다음 번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다시 와야지. 그래서 그옛날 나그네처럼 그냥 걸어야지. 놀멍 쉬멍 그냥 걸어야지.

<일정을 키워드로 정리>
2010년 8월 21일 토요일 : 아침 출발, 12시 제주공항 도착, 바이크루에서 스쿠터를 빌려 강습받고 약 2시 반경 출발, 용두암, 용두암 근처에서 해물뚝배기 먹음, 용담해안도로, 이호해수욕장, 정글게스트하우스 묵음
8/22(일) : 아침, 정글게스트하우스 옆 한담해안산책로(여기 정말 대박), 한림해안도로, 한림항, 협재해수욕장(해수욕!), 협재해수욕장 옆 식당 된장찌개 대박ㅠㅠ, 이시돌목장, 오설록, 추사적거지, 송악산마라도유람선선착장, 형제해안도로(모든 해안도로중 최고), 산방산게스트하우스 묵음
8/23(월) : 산방산, 산방굴사, 송악산 전망대까지 산책(여기서 마리를 만나다!), 화순금모래해변, 대평포구(여기서 비를 피하다 늙은 개를 만나다.), 용왕난드르식당에서 보말수제비 먹음, 박수기정, 중문입성, JJ게스트하우스 묵음
8/24(화) : 천제연폭포, 하얏트 호텔 뒤편으로 쉬리 언덕 지나, 중문해수욕장 내려가는 길 나무데크로 된 산책로 감동, 주상절리대, 제주월드컵경기장, 엉또폭포, 외돌개, 한치물회 저녁, 한라여인숙 묵음,
8/25(수) : 천지연폭포, 이중섭미술관, 이중섭거주지, 게짬뽕, 정방폭포(해변에 바로 폭포가), 쇠소깍, 남원큰엉, 표선해안도로, 김영갑갤러리 두모악(ㅠㅠ), 신산해안도로, (섭지코지, 성산일출봉 그냥 지나쳐) 시드게스트 하우스 묵음(멋진 젊음들을 만나다.)
8/26(목) :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올인하우스, 섭지코지해변, 섭지코지해변, 성산항으로 가서 우도행 배를 탐,(잠시 동행인이 생김, 사진들 고마워요) 우도, 우도를 나와서 성산항에서 놈, 시드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감
8/26(금) : 성산해안도로, 종달리해안도로, 해녀박물관 인근 해변에서 물놀이하고 놈, 행원리 풍력발전 마을, (이 인근에서 또 바다에 빠졌다가 막 나오는 듯한 개를 만났는데, 그새 친해졌다고 스쿠터에 시동을 걸자마자 낑낑대더니, 잠시 동안이지만 개가 앞장서서 같이 달렸다. 와 도로는 뻗어있고, 개가 앞서 달리고 멋진 광경. 언젠가 큰 내 개가 생기면 또 해봐야지.) 만장굴, 비자림, 산굼부리, 삼나무길, 사려니숲길, 제주입성, 팡라오게스트하우스 묵음
8/27(토) : 한라산 등반, 백록담, 제주공항, 김포공항, 집으로 돌아옴

한라산 등반(2010.8.14)

한라산 등반은 나름 의미("한계에 도전한다!" 정도의 평범한 의미)는 있었지만,
그것 외에 큰 재미는 못 느꼈다.

마치 속살을 보여주듯 안개에 휩싸여 있다 감질맛 나게 살짝 내보여 주는 신비의 백록담을 목격했다는 것이 종일 한라산 등반 후 가장 크게 뇌를 지배하는 기억이다. 마치 실재가 아닌 듯 초현실적으로 아름다웠던 해발 1950미터의 나무 없는 들판의 풍경도 또한 그랬다. 마치 유령처럼 수시로 형체를 바꾸며 산등을 쓸어대는 안개. 길다란 풀더미는 금방 햇빛에 금색으로 반짝이다가도 금방 안개 밑에서 진녹색으로 풀이 죽곤 했다.

그리고 2등을 꼽는다면, 발바닥을 무겁게 괴롭히는 통증을 애써 모른척 해가면서, 미친 듯 학학대면서 정신없이 하산하다가 주저 앉았을때, 사위를 감싸던 적막이 기억에 남는다. 산속에서 홀로 앉아 보는 것, 지금까지 몰랐던 것이 아쉬울 정도로 멋진 경험이다. 제주 산속의 식생은 산을 잘, 아니 전혀 안 다니던 나조차도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육지의 그것과는 참 다르다. 나무 밑을 온통 빽빽하게 메우고 있는 낮게 자라는 산대나무, 지긋지긋하게 끝없이 이어지는 돌길과 그 돌 위에 핀 작고 푸른 이끼, 싱그러운 푸른 햇빛을 투과하는 둥근 잎사귀를 매단 이름모를 나무들, 그리고 마치 스프레이처럼 서늘한 안개비를 뿌리는 유령같은 안개 안개 안개. 거기다 몸을 숨긴채 역시나 서늘하게 숲을 울리는 까마귀 울음.

이렇게 회상하다보니 처음에 재미를 못 느꼈다는 말을 취소하고 싶어질 정도로 돌아가고 싶다. 하핫

아 그 모든 번거로움과 번거로움 넘어선 등산의 육체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뇌는 기억을 재정비하여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만을 편집해 두었다.  '이 놈의 백록담은 구름속에 머리를 처박았나, 두고보자 백록담' 그러면서 중얼중얼 욕을 하며 올라갔었는데. 그리고 진짜 구름에 처박힌 듯 안개에 휩싸인 백록담을 보면서도 절대, 결코 "다시 와야겠어" 따위의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정말 노루와 신선이 함께 놀 법할 정도로 옛날 전래동화책에 나오는 삽화처럼 예뻤으나 발의 고통이 너무 컸으므로) 그런 것들은 싹 잊어 버리고서 그 풍경을 회상하며 그 곳에 없음을 아쉬워하다니. 주말마다 등산하는 산중독자들을 약간 이해할수 있을 법도 하다.

아, 그리고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함께 산을 오르 내리던 내 곁을 스친 수많은 중년 부부도 생각이 난다. 호들갑스럽지 않은 "괜찮아?"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 뿐인데도 그 속에 담긴 진심의 따뜻함은 옆에서 그냥 함께 듣는 사람한테도 전달이 되더라. '행복한 가정', 혹은 적어도 '행복한 부부'라는 것은 실재하지 않는 망상이라고 생각했으나, 여행때마다 이상하게도, 그냥 담담하게 자신들의 인생을 쪼개어 내가 아닌 우리로 존재하는 자들을 목격한다. 마치 별 일이 아닌양,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 평범하게 그들은 곳곳에 있다. 수십년을 지속해 온 그들의 결코 평범할 수 없는 관계에 경외를 보낸다.

8월

긴 파티 후에 일상으로 복귀하니 이미 8월이 되어 있다. 지갑을 일상 모드로 재정비한다.
금주에 해야할 업무들을 체크하고 다시 근로자가 되었지만, 마음은 이미 몇 번씩 상상만 해왔던 제주의 도로를 달린다.

Inception (스포일수도??)

의도하진 않았지만 막연히 배트맨시리즈의 이미지를 머리속에 갖고 극장에 간 거 같다.
"가볍지 않은, 진지한 영웅물"의 크리스토퍼 놀란이었다가, 인셉션으로 다시 그만의 화두로 실험을 하는 실험가로 돌아 왔다.
인식, 인지, 무의식의 정신 세계에 대한 고찰 말이다.
다른 점은 전작에서처럼 게임을 하자고 하진 않는다. 인상적인 여러 액션장면에도 불구하고 꿈을 꾼 듯 아스라하고 안타까운 느낌이다.
내가 나비였고, 나비가 나였다고 한 장자의 호접지몽에서부터,
기계에 의존하여 무의식을 탐험하는 것은 매트릭스의 세계도 떠올리게 하고,
어떤 면에서는, 악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데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무한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어떤 남자에 대한 영화도 생각난다.


사실 적절한 물리조건만 만족된다면 팽이는 거의 무한에 가깝게 오래 오래 돌 수 있지 않을까. 현실에서든 꿈에서든.
(흔들리지 않을 것, 기울어지지 않을 것 정도의 간단한 물리 조건말이다)

사실 맬이 맞는 것이 아닐까, 그녀는 죽어서 한층의 꿈에서 깨어날수 있었던 것 아닐까.

그래서 실존하는 것(현실)과 실존하지 않는 것(꿈)에는 무슨 경계가 있는 것일까,

자신의 무의식과 기억을 조작하여 끝이 없는 추적의 쳇바퀴를 도는 메멘토의 남자처럼,
결국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과 기억과 상상과 사유로 설계하는 꿈안에 들어와 있는 것 아닐까.

제주

"지상에 숟가락 하나" 이후로 제주도는 로망이 되었다.
모든 작은 오름과 모든 바위와 모든 해안 도로와 섬을 가로지르는 도로들까지 샅샅이 다 헤매고 올거다.
타원형의 섬 지도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타는 태양이나 청량한 남쪽의 바닷물이나 텅빈 도로위를 흐르는 쓸쓸함과 함께 내가 서있다.

덧붙임,
1. 이번엔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 몇 킬로미터를 이동하였네, 몇시간을 걸었네, 혹은 어느 가게에서 무엇을 먹어보았네, 뭘 타보았네 등등 기록하는 여행이 아닌 좀 색다른 여행이 목표이다. 오솔길과 돌멩이 하나하나에 깃들인 이야기를 듣는 여행. 일정에 쫓기지 않으며, 천천히 구름에 달 가듯이 흘러가는 여정. 소박하지만 스스로를 혹사시키지 않는 여행. 매 순간 스스로 즐거워지는 선택만을 해 나갈거다. 발길 닿는데로 떠돌다 마음에 드는 곳에 머무는 그런 여행이 목표이다.
2. 어느 날은 하루종일 해변에서 놀고, 어느 날은 주저 앉아 책읽고 쓰고 빈둥대는 일을 또 할 것이다.
3. 대중교통도 좋지만, 엘니도에서 경험이후로 오토바이 혹은 스쿠터여행이 큰 화두가 되었다. 지도에 의지해 스스로 길을 찾고 길과 대지와 주민과 주민의 삶에 더 깊숙히 들어가는 묘미가 이 두발차에 있다. 제주는 해외 모터사이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과연 이것이 가능한지 나를 시험하고 단련하는 테스트베드가 될것이다.

The good, the bad, the weired

아 대박.
아 스타일 아 정말 할 말 없군요, 감독님.. 너무 멋있어요 ㅠ
벌써 몇년 전 영화인데 이게 이제서야 보고 혼자 난리냐. 음악도 정말.

액션 와 이거 정말 물건 블럭버스터. 엣지있기 짝이 없고, 통쾌하고, 그러면서 약간 뒤틀린 느낌. 아 이렇게밖에 표현이 안되는 나 싫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기획부터가 놀라움. 오락영화이긴 한데, 줄거리가 없어도 흥행할 수 있다고 믿는 구석이 있어서 이렇게 만들었어요? 가만,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나? 무슨 영화제에 나갔었나? 가물가물 함.

유머, 액션, 시대극(정확히 말하면 배경만 시대적), 그러면서 시대를 짐작케 하기 어려운 (대박 멋있는 패션)의상, 웨스턴, 그것도 만주 웨스턴, 온갖 키치적임을 그냥 '독특'하게 버무려만 놔도 괜찮을거다, 혹은 완전 멋있을거다(+.+ 나는 이쪽임)라고 생각하고, 계산하고 시작한걸까 아님 그냥 취향대로 마구 갖다 붙여놓은 걸까?

정우성사마 사랑, 그냥 그림처럼 아름다웠어! 이병헌은 이 영화덕분에 카리스마가 이제서야 좀 보이기 시작한다. 송강호는 뭐 말이 필요없지욥.

비오는 날 액션씬, 좋은 놈이 도르레 밧줄타고 날아다니던 그 씬!
만주 벌판에서 말 달리면서 일본 군 쏘아대며 앞으로 달리던 그 씬 아, 침 질질.

이런 영화 더 많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는 끝도 없이

나는 끝도 없이 이어진 도심의 고가 철로 위를 달리는 전철 지붕에 누워서 간다. 바람에 옷자락과 머리칼이 날린다. 빌딩과 전철 뒤를 따라오는 검은색 긴 철로가 아주 먼 샷으로 시야에 잡힌다. 황혼 무렵 도시와 하늘이 온통 오렌지 색이다. 한순간 두꺼운 구름이 둥글게 열리며 눈부신 태양이 나타났다가 다시 구름속으로 사라진다. 으음, 멋진 꿈이다.

외로운 6월 초여름 퇴근길에는 헌 책 쇼핑을

차츰 하늘빛이 꺼져가는 6월 퇴근길 오후 8시 30분.
그 진청색 하늘을 배경으로 온통 빽빽하게 빛나는 붉은 신호등 불빛이 대비되어 더욱 강렬해 보이고.
차들의 호흡일까, 한낮 태양으로 달구어진 땅의 열기일까. 오늘은 땅거미가 지는데도 주위가 따뜻하다.
중앙차로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가만히 서있자니,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나뭇가지를, 머리카락을, 옷자락을 차례로 잡고 흔든다.
뺨과 목덜미와 팔목을 서늘하게 쓸고 지나간다.

누가 말했나. 쓸데없이 지인 불러 맥주마시고 싶은 밤이라고.
봄보다 가을보다 항상 초여름을 좋아했었다. 내 사랑 유월이 이렇게 흘러 가는데,
마음껏 쓸데없이 실없어지지 못하여 이리 외로웁구나.
오래된 헌책방 책냄새로 쓸쓸함을 달래고,
오늘과 닮은 제목을 가진 책 두권을 샀다.
'떠도는 별',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swan lake


문학, 그림, 음악, 영화와 같은 매체가 아닌 "춤"으로 카타르시스같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걸 몇십년만에 처음 알았다.

이 뮤지컬은 독특하게도 배우들의 말소리 노래소리가 없다. 차이코프스키의 풍부한 선율에도 불구하고, 전자음악이 내 귀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배우의 점프에 뒤따르는 발구름소리, 호흡소리가 귓가에 크게 들릴 정도였다. 처음에는 무대가 너무도 적막하게 느껴졌다.

오직 인간 신체의 움직임만으로 무대를 채운다. 오직 그것만으로 관객에게 호소하고 관객을 압도한다.

점점 그들의 고통과 환희 감정들이 그 어느 음악보다 영화보다 시끄럽게 날아와 박힌다.

왕자가 처음으로 백조의 호수에 당도하여 목격하는 백조들의 황홀한 군무가 끝나고, '그' 백조의 독무가 이어졌을 때,

그 춤사위가 너무도 절절하고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울었다.

마치 현생의 존재가 아닌 듯, 마치 환상인 듯 완벽한 아름다움, 힘이 넘치고 벅차면서 동시에 신비롭고 도도하며 우아하다.

그런 존재가 눈앞에 그렇게 짠하고 나타난다면, 굳이 현실에 번번히 막히는 외로운 왕자가 아니더라도 단번에 동경해 마지 않을 것이다.

소리내어 울지않아도, 고함치거나 절규하거나 하지 않으면서 오직 인간의 신체로만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감성의 소용돌이.

마치 사랑에 빠진 듯 오랫동안 두근두근하였다.

- 5/23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본 후 두서 없이 느낀 점

조직, 무력감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악이 된다. 시장은 변하고, 기업의 방향도 그에 맞춰 변해야 하겠지만.
어제 우리의 철학과 가치관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권(?)이 바뀌면서 서서히 바래져가고,
심지어 암암리에 타파해야 할 습관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변해버린다면 (혹은 변해야만 하는 것이었다면) 그것이 과연 "철학과 가치관"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일까.
그럴수 없다면 -기업시장에서 철학이 갖는 의미가 전혀 없다면-, 나는, 우리 모두는 왜 여기 있는 것일까.
(그냥 돈, 인것인가)

내 사회생활 몇 년동안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나는 끊임없이 교육되고 있었던 것임을 이제서야 느낀다.
그 내용은 바로, '모든 업무에 효율성을 기해라. 쓸데 없는 절차를 없애라. 최우선 가치는 고객이다.' 라는 것.
'기존 방식을 의심하라'라는 것도 역시. 그동안 끔찍히도 싫어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모든 비난과 모든 관습에 말 그대로 오픈되어 있는 문화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내가 그나마 관련부서의 비효율성을 비난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마침내 나 스스로의 비효율성을 비난할 수 없었더라면, 아주 일찍서부터 좌절하여 떨어져 나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직의 구조가 바뀌면서 은근 슬쩍 자리잡고 있는 것은, 한번 결정된 것, 혹은 윗 선에서 지시한 것은 그에 대한 의견도, 검토도, 협의도, 비난도 없이 무조건 수행한다는 것이다.
의사결정 부서는 수행 결과에 대한 성과를 무조건적으로 취합하여 통보하고, 수행부서는 그것이 오류가 많음을 알고 있음에도 먼저 나서서 지적하지 않는다.
현장의 어려움을 공유하여 개선하려고 하지도,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지도 않는다.
그냥 각자가 열심히!만 하면 해결된다고 믿는 것일까.
효율화를 위한 그 끊임없는 열정이 인정받던 시절은 지났다.
과연 우리는 올바른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발전하고 있는 것일까.

처음으로 관료적 조직에 무력감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이것은 배부른 소리일까. 하지만 마침내는 적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 조직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 틀 안에서 생각하게 되고, 이 틀 안에서 해결법을 찾으려 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관료중의 한 명의 될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내가 왜 여기 있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 있어도 괜찮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불현듯 깨닫다.


인생은 그냥 게임일 뿐이다.
게임을 즐기는 법은 간단하다.
이기려고 할 것.
져도 쿨하게 넘어갈 것.
그리고 한 게임 더?


이 게임은 항상 나에게 유리하다. 이길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거든. 휘유~ 아직 최소한 60년은 남았다.
Good bye 2009, Hello 2010.

여행의 장면#1

네모나고 건조한 사무실 안에서, 그곳에서의 경험을 생생하게 묘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그 곳에서의 시간의 흐름에 대해 서서히 잊어가고 있는 것에 화가 난다. 해먹에 누워서 지켜보았던, 부드럽게 흘러가는 구름과도 같이, 시간은 적당히 지루하게, 적당한 아쉬움을 남기며 평화롭게 고요하게 흘렀었다. 하지만 나는 역시 망각의 동물이라 이제 강렬한 그곳에서의 기억도 머리속에는 장면, 장면으로 편집하여 새겨가고 있는 듯 하다. 너무 억울해서 화가 날 정도이지만, 결국에는 강렬한 사진 한장을 손에 얻는 것이 모든 여행자들의 숙원이 아닐까.

# 야광하늘빛 우주를 떠도는 거북이
엘니도 투어A의 끝에서 두번째 사이트였던 것 같다. 벌써 그곳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겠나.
전날 투어C도 함께 갔었던 프랑스 커플중 여자애가 귀여운 목소리로 바로 이곳에서 바다거북이를 볼수 있다고 들었다고 얘기한다. 호~ 나는 처음에는 사랑스런 물고기들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그 말에 열광하는 걸 보니 괜히 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는 거다. 친절한 가이드는 If you are lucky라는 단서를 단다.(미안하게도 이 잘생긴 가이드의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영어 이름이었다.) 배에 닿을 듯 내 몸 바로 아래서 활동하는 산호와 물고기들을 보았던 어제와는 달리 이곳은 수심이 깊고, 그럼에도 투명한 바닷물을 지나 체감상 50미터는 되어보이는 저 아래 바닥의 물고기들까지 훤히 보인다.
바다속의 그 느낌을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일단 팔다리를 적당히 벌리고 마치 뱃속의 태아처럼 중력에서 자유로운 상태가 되면 지상의 모든 소리가 차단된다. (가끔 알수없는 작은 띡띡 소리가 들릴 뿐이다.) 바닥에는 돌인듯 누워있지만 발을 딛고 서면 황급히 표면의 벌린 입을 닫는 이름모를 산호들로 꽉 매워져있다. 그 틈마다 마치 유혹하듯 춤추는, 마치 세차할때쓰는 막대 걸레의 텍스처처럼 보이는 물풀들이 있고, 그 속에는 어김없이 호기심 많은 물고기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 대부분이 희거나, 노랗거나,  둥글고 납작하고 손바닥에서 팔꿈치까지 정도되는 크기의 것들이다. 그 중에 가장 자주 보았던 것이 아마도 흰색에 꼬리 부분만 검은 손바닥 크기 정도의 물고기인데, 얘네들은 항상 사람이 다가가면 눈을 똑바로 마주치면서 가까이 다가왔다가 쪼르르 산호속으로 돌아간다. 어떤 때는 뭔가 소중한 것을 숨겨두고 오지 말라고 위협하는 듯 보이기도 하고, 어떤때는 그냥 "뭐 저런 물고기가 다 있나"하면서 호기심때문에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니모를 찾아서때문에 누구나 다 니모라고 부르는 그 물고기는 항상 똑같은 희거나 주황색인 물풀 안에 있는데 마치 제몸을 마구 부벼대며 장난을 치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역시나 호기심이 대단하여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지나치지 않고, 쪼륵 달려오고는, 다시 쪼륵 돌아가서 다시 장난을 친다.  아래를 보느라 곁에 집중하지 않는 사이에 어느새 바짝 얼굴 옆에 다가와 있는, 주둥이가 길고, 마치 팔뚝 길이만한 은빛 갈치처럼 생긴 물고기도 있다. 그냥 가만히 힘을 빼고 물고기 주민들이 하는 행태를 구경하다 보면(내가 본 바에 의하면 거의 대부분 나처럼 그냥 평화롭고도 부산스럽게 왔다 갔다 하거나, 코를 부딪힐 듯 귀엽게 서로를 위협하는 일이다.) 시간가는 걸 잊게 되고 문득 다른 사람들이 생각난다. 고개를 들면 같이 온 투어 일행들의 스노클링 호스만 수면에 떠서 어디에 누군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그 가이드는 마치 내가 물밖에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급히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헤엄쳐서 안으로 들어가 그가 손으로 가르키는 쪽을 봐도 뭘 보라는 건지 모르겠다. 다시 나와 뭐냐고 물어보았고, 그는 Sea turtle이라고 말해준다. 그제서야 막 바닥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헤엄쳐 가는 거북이를 발견한다. 밑도 끝도 없이 열심히 헤엄처 그 놈을 따라 간다. 어느 순간 수심은 더욱 깊어져 바닥에 가득하던 산호들이 보이지 않게 되고, 시야는 온통 형광하늘색 딱 그 빛깔로 꽉 채워져 있다. 대양의 바닥은 더이상 보이지 않고, 앞뒤 양옆, 위 아래 모두 형광하늘색 밖에 없다. 그리고 마치 구름사이로 햇살이 산란하듯 온 바다속 안에 직선으로 산란하며 떨어지는 햇살들 밖에. 그리고 저 앞에 거북이가 떠간다. 어찌 그 순간을 잊을 수 있을까. 그건 마치 유년기때부터 꿈꾸던, 우주 속에 홀로 떠서 세상과 단절된 채 자유가 된 그런 순간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경험이었다. 그 우주가 암흑 대신 아름다운 푸른 색깔이고, 별들 대신 햇살이 있고, 그리고 온세상에 거북이와 나밖에 없는 듯 생각되는 순간. 한동한 그렇게 있다가 순간 겁이 난다. 우주 미아가 되는 건 아닐까. 그리고 바로 수면위로 고개를 들면, 저 멀리서 가이드가 나를 발견하고 손짓한다. 돌아가자고. 편안한 안도감이 들면서 그리고 이미 멀리 사라져버린 거북이를 아쉬워 하면서, 유유히 헤엄쳐 배로 돌아가, 떨어지는 물기를 햇살에 털어내며 활짝 웃으며 얘기하는 거다. 환상적이었다고.
항상 그래왔던 거 같다. 문명과 멀어져 대지, 자연, 우주와 같은 날 것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모험을 항상 꿈꾸어 왔다. 모래 속에 은둔하며 청의 전사라 불리는 사하라 사막의 베두인족들에 대한 동경때문에 그렇게 사막에 가고 싶어 안달했었고, 마침내 붉은 사막의 울룰루까지 가고야 말지 않았던가. 고등학교때인가. 정글속에서 맨발로 길을 찾아내고, 오직 눈빛만으로 그 안의 생명과 소통하는 열대인들에 대한 묘사로 일기를 쓴 적이 있는데, 그때의 간절함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마티스와 고갱의 그림들처럼 원시적이고 원초적인 그러한 것들데 대한 꿈이 항상 꿈틀대고 있다. 그리하여 마치 가슴속의 한을 풀어내듯, 나는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끈질기게 내가 추구했던 것들에 대한 숙원을 풀어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건 내 뼈속 깊은 곳, 내 정신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문명과 도시에 대한 향수이다. 문명의 끈을 놓게 되는 그 결정적인 순간에 나는 항상 두려움때문에 가로 막힌다. 나고 자란 태생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겠는가. KTX가 도시에 들어설 때 오랜 집에 도착한 것처럼 안도하는 스스로를 이상하게 느꼈었다. 언제나 도시를 떠나겠다고 떠들어대고 다니지만, 밤 거리를 걸을때면 어김없이 언제나 이도시를 사랑하는 것같다고 느끼게 되는거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열대 정글과 산호 바다속에서도 나는 안전하게 나를 문명세계로 데려다 줄 배를 찾고 있었다. 마치 양쪽 다 쫓으려는 욕심쟁이처럼 항상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엘니도 베이큇군도의 하늘빛 바다속에서의 경험은 마치 내 마음속의 오랜 대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아직도 여전히 나는 갈등중이다. 갈등의 시간은 지루하지만, 켜켜이 싸인 고민의 시간이 언젠가는 반드시 후회를 남기지 않는 현명한 결정으로 보답받을 것임을 믿는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부디 끊임없이 이 탐험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누구에겐지도 모를 기원을 해보는 것이다.

사람들


자 오늘의 주제는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왜 그렇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집착하게 되는걸까.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화인데도 기억을 되새김질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그곳의 냄새와 느낌과 함께 연합되어 금방 그들이 그리워진다.
아마도 아래와 같은 이유들이 아닐까.
나는 보통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 대부분의 시간은 심심하고 대화가 고프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현지에 있는 사람과의 interaction이 즐겁고 나중에도 기억에 남는다.
여행중이라는 사실때문에 나는 항상 UP되있었을 거다. 누구에게나 미소를 보내는 그들의 분위기에 쉽게 동화되어 나도 미소로 화답하고 그게 바로 새친구를 사귀게 되는 기회가 된다.
금방 헤어지게 될거라는 것, 그리고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될거라는 것이 그들과의 시간을 더 치열하게 보내게 만든다. 그것은 곧 추억이 되고 추억은 그리움을 남기지.
장소가 아름다워 작은 일도 멋진 기억을 만든다. 멋진 것을 함께 구경하는 동반자라는 생각은 일상에서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것보다 아름답게 포장되기 마련이다. 일상의 질척함보다는 쨍하고 선명하고 멋진 것들, 그런 것들을 배경으로 존재했던 사람들이 아름다워보이지 않겠는가.(물론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는 여전히 나 못지 않게 구질구질할지라도.)

- 내 무릎 생채기에 약초를 붙여준 가이드, 그 가이드가 위험하지 않는 젤리피시를 소개해주었다. big lagoon을 보며 This is my office라고 뽐내며 얘기했지. 나라도 그렇겠지만 바쿠잇 군도를 얘기하는 그 지역의 모든 사람은 모두 너무 자랑스러워 한다. 여기 같은 곳은 다시 없을거에요, 반드시 다시 오게 될거에요 등등. 근데 진짜 다시 없을 것이다. 백배 동감합니다. 그리고 진짜 다시 가게 될것 같다. 서양인과 커플이었던 말레이시아 소녀. 그녀와 함께 보았던 시크릿 비치에서 불가사리의 makeout장면! 시간이 있다면 floating beach를 소개해 준다던 그의 친구 Circle.(나는 언젠가는 그 floating beach를 보러 다시 가게 될거 같다. 그러면 그가 얼마나 놀라 자빠질까. 하하핫. 그리고 사실은 그리움때문이었지만 잔뜩 의기소침한채로 내 발도 안보이는 어두운 칼란 비치를 걸어서 비치의 거의 끝에 위치한 그의 어머니의 민박집에 도착했다. 소박하지만 멋진 해변과 해먹과 긴의자가 있었다. 그냥 일상적인 대화였지만 K의 어머니에 비해 많이 늙으신 그의 어머니와의 짧은 대화가 신기하게도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세상의 끝에서 만난 휴먼처럼 느껴져서일까. 고요해서 더 크게 들리는 파도소리 때문이었을까. 다음에 갈때는 거기에 묵어야지. 그냥 한 한달정도 세를 내는 것도 괜찮을 듯.) 잔돈이 없다며 그냥가고 내일 콜라값을 달라던 주인. 내가 스노클링 마스크를 가져갈까봐 BEBS까지 찾아왔던 알만의 어머니. 그래 그 가족들. 알만과 참 예쁘고 키가 크던 그의 누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지갑을 주워 아트카페에 연락해준 얼굴을 모르는 아저씨. 그 아저씨 집으로 나를 안내해주던 친절한 아트카페의 직원. 그녀와 함께 찾아갔던 골목길에서 본 현지인들의 아침 일상 모습. 그 아저씨의 부인. 어린 아기를 데리고, 필리핀인 내니를 대동하고 여행하고 있는 캐나다에서 온 부부. 아기는 겨우 두달째지만 벌써 멋지게 tanning된 상태이다 헉. 시장에서 만났던 아저씨. 내가 과일 어떻게 까 먹는지를 물어봤던 길거리 주민.(그 따위것을 물어보는 신기한 여행자는 처음이신가요. 깔깔거리며 웃으며 헤어졌다.)
그리고 생각나는대로 업데이트

19 NOV


#
그토록 세상이 꺼질 것만 같이 무겁던 느낌도, 현실로 돌아와 원래 알던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한결 가벼워졌다.

#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고, 끊임없이 코를 갖다대는 강냉이에게 얘기한다.
언제쯤이면 아침에 그가 생각나지 않게 될까.
달콤쌉싸름하다는 건 이걸 두고 얘기하는거구나.
그 해변의 끝 바위에서 내 팔을 잡아당기며 나를 올려다보던 그 표정.
그걸 떠올리면 행복한 동시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

너를 부르는 내 목소리는 계속 울림없는 메아리가 되어가고 있어.
괜찮은 척 하지만 가슴은 점점 더 공허해진다.
하지만 괜찮은 척은 해도, 아닌척 하지는 않을거다.
상처받기가 두려워서 손 내민적조차 없는 척하지는 않을거다.
적어도 나는 아직까지 나에게 솔직해.
매일 아침, 눈을 뜬 순간, 세수하고 옷을 입는 순간, 전동차에 올라타는 순간,
출근하여 일상적인 사람들을 만나기 전까지, 너는 내 머리속을 지배하는구나.

18 NOV



여행중에 쓰려고 샀던 싸구려 손목시계를 나는 아직도 차고 다닌다.
시계는 여전히 그곳의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그곳에 해가 떴을지를 궁금해한다.
그리고 그가 일어났을지. 밥말리가 기지개를 켜고 있을지.
마음이 그곳을 떠날수가 없다.

소망이 있다

오 시골에 집을 하나 갖고 싶다.
나즈마한 언덕에 뒤에는 숲이 있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대는 부지에.
천장부터 바닥까지 온통 창문이 달려있는 집.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타죽어도 좋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그림자가 거실에 길게 궤적을 남길 것이다.
하루종일 창가에서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늘어지게 자다가 웹서핑도 하고 놀아야지.
비가 내리 쏟아질 때는 들이쳐도 좋으니 창문을 활짝활짝 다 열어놓고 하루종일 비구경을 해야지.
따뜻하고 나른하고 한가롭고 조용한 그런 일상을 백프로 만끽할 수 있도록, 작고 온통 창문이 달린 그런 집이 갖고 싶다.

jisan vally rock festival 후기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환희와 경의의 순간들이 끝나고 남는 것은 알싸한 슬픔이다.
끝났다는 것에 대한 슬픔, 세상 모든 것의 유한함에 대한 슬픔.
그저 비현실적으로 즐거웠던 순간들이 불과 하루만에 꿈처럼 몽롱한 기억이 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우리가 만든 짧은 공화국이 분명 그곳에 실재했다는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진실이다. 그 진실에 대해 말하고 싶다.

지산에서 락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은 오아시스가 7월에 다시 오게 될것이라는 신빙성있는 소문 덕분에 알게 되었고,
사실 그때문이 아니었다면 별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favorite 밴드가 한데 모여 몇날 며칠 공연하는것이 아니라면 그저 단독 콘서트가 시간문제나 즐거움면에서 훨씬 나을거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었다. 그런데 2박3일의 경험이 끝나고 남는 생각은 락페스티벌은 단순한 공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상의 훨씬 더 많은 것이 있다.

그곳은 어쩌면 집에서 2시간 거리에 떨어져있는 천국이다. (영원불멸의 시공간이 아니라는 면에서 천국과 큰 차이가 있지만)
매일 매일 입에 달고 다녔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라고.
천국이 아니라면 이렇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정신세계나 겉모습이나 아름답기 짝이 없는 젊은이들이 사방팔방 눈닿는 곳마다 깔려있을 수가 없다.
천국이 아니라면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다리가 굵든 짧든 성긴 망사타킹에, 비가 오든 말든 큰 장화를 신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사가 빠진 사람마냥 치장을 하고,
웃통을 온통 벗어버리기도 하고, 엉덩이를 까 보여주기도 하거나 할수가 없고,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티셔츠든 바지 엉덩이든 팔뚝이든 신발이든 높이 솟은 깃발에든 텐트이든 맘대로 적어서 보란듯 내보이고 다닐수도 없을 것이다.
천국이 아니라면, 세상에 둘도 없을 라이브를 잔디 밭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감상할 수가 있을까.
밤이 새도록 뛰고 흔들고 고함치며 공연을 즐기다, 힘들면 몇발짝 걸어나와 털썩 앉아 맥주를 홀짝이고,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 좋은 음악이 나오는 부스에서 즐겁게 몸을 흔들어 대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사서 아무데나 둘러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먹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고 장난을 걸고, 부딪혀도 미소지으며 눈인사를 할수가 있는 곳.
(아, 물론 뻣뻣한 나는 많은 것을 지켜보기만 했을지라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곤 했었다.)

그건 단순한 "3일동안 이어지는 공연"이 아니다. 일종의 새로운 세상의 현현이다. 문화적 혁명이고, 삶의 방식이고, 생각의 체계이고, 일종의 가치관이다. 7,80년대 말로만 들었던 히피들이 만들어가고자 했던 세상에 대한 아이디어가 자연스레 떠올려지게 된다.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세상의 모습을 3일간 리허설하듯 재현하는 것만 같았다.

그 세상에 음악은 계속해서 흐르고 - 스케줄 공연이든, 새벽까지 계속되는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여럿이 둘러앉아 불러대는 떼창이든, 디제이 공연이든, 각자의 씨디 플레이어이든  - 그림자가 길어지고 하늘이 붉어지고, 초승달이 떠오르고, 별이 떠오르고, 아침이 밝곤 하는 것이다. 지금껏 그 어느 때보다도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쉽고도 아쉬웠다.

** 공연한 밴드들에 대해
맨날 듣던 밴드들을 대규모 야외 공연장에서 심하게 미쳐있는 최고의 관객들 틈에서 무지하게 빵빵한 사운드의 라이브를 듣는다는 것도 물론 그레이트하기 짝이 없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생전 첨보는 밴드를 음반이 아닌 라이브로 경험하는 것도 진짜로 멋진 경험이더라.
피아를 텐트 줄서느라 날려버리고 먼발치에서 듣기만 했었다. 아니 그 곳은 뭘하고 있든 라이브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지미잇월드는 무대 주변에 있었는데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
오 그러나 오해하지 마세요. 그 순간이 즐겁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느 밴드나 공연 순간에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즐거운 경험이 되더라. Fall out boy는 빨간바지의 매력땜에 두고 두고 회자되었고, 크라잉넛은 진짜로 신!나기 짝이 없는 공연이다. 직설적이면서 소박한 그들만의 멜로디라인과 표현방식은 과연 1호 대형 인디밴드답다. 크라잉넛 공연 중간에 나와서 스타세일러를 보러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죽치고 앉아 기다리면서 앞자리를 사수하지 않을거면 시작하기 전에 가나 시작한 후에 가나 그게 그게일 거 같다. 내 스타일이 아니라 크게 감명에 몸을 떨었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엄청난 팬층과 떼창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하는 공연이었다. 스타세일러의 싱어는 간간히 관객을 보며 감격한 듯 미소를 짓는다. 아티스트조차 황홀하게 만드는 우리 관객들의 관람 매너란. 멋진 조명땜에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을 얻음.
아.. 그리고 빅탑스테이지로 서둘러 돌아와서 위저! 정말 대단하더라. 아무옷이나 주워 입고 나온 듯, 세수만 하고 물묻은 손으로 머리카락만 슬쩍 건드려주고 나온 듯한 위저. 아 공연은 정말 밴드의 명성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 정도. 음악 자체가 최고여서 뭐. 거기다 깜찍한 그의 한국사랑이랄까 그게 인상적이었어.
둘째날은 헐렁하게 지냈다. 공연보는 시간보다 어슬렁 거리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Human Instinct는 첨보는 노장 밴드인데 공연이 꽤 재미가 있었다. 흘러간 락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달까. 드럼치며 노래하는 독특한 라인업을 가짐.
델리스파이스 코앞에서 라이브로 들으니 감동적. 몽환적으로 반복되는 사운드가 밋밋하다고도 생각했었는데 공연보면서 정말 그 생각이 싹 가셨다. basement jaxx의 사인회를 보고 다시 basement jaxx의 공연을 기다렸다. 일렉트로니카가 대세이구나. 신나기 짝이 없었음. 끈질기게 매어있는 내가 나라는 자각 의식마저도 잊어버릴 정도로 신난다. 되는대로 머리, 몸, 팔다리를 흔들어 대다가 보면 음악과 세상이 믹스되고 그 속에 나자신도 흘러들어가 사라지는 느낌.
셋째날은 텐트를 걷어 놓고 짐도 보관소에 갖다 놓고 밥도 재빨리 먹고 장기하와 얼굴들부터 봤다. 락음악에 유머러스하면서 경직된 퍼포먼스라는 컨셉이 특이한 밴드. 그러나 나는 역시 시큰둥한 무대매너와 압도적 사운드를 더 선호한다.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 예상 밖의 수확. 그 다음에는 아마 그린스테이지로 요조를 보러 갔을 것이다. 요즘은 예쁘고 담백한 사운드가 유행인 듯. 패티 스미스 언니는 급격한 체력저하로 잔디밭에 앉아서 보다가, 누워서 하늘을 보면서 듣다가 하였다. 너르고 푸른 잔디밭에 위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두다리 뻗고 공연 관람하는 맛이 참 형언하기가 힘들정도로 상쾌하다. 패티 언니는 음악도 물론 좋았지만 인생의 롤모델로 삼고 싶을 만큼 동경하게 만들어 버리는 카리스마가 인상적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이상주의자는 항상 옳다.
그다음에 프리실라 안. 이 보석같이 아름답고 영롱한 밴드는 또다른 내 favorite이다.
아! JET. 오우오우오우 진짜 미친듯이 재미있었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멋진 공연. 분명 이건 음반으로 들을때와는 틀린 음악. 라이브로 반드시 들어야 하는 밴드가 꼭 있다. 젯이 바로 그런 밴드.
그리고 오아시스때문에 포기해야 하나 한참 고민했던 언니네이발관.
아 마지막으로 본것이 부산에서였구나. 그것이 벌써 4년도 더 전이야. 많이, 바뀌었다. 겉모습이. 당신들 세월이 감에 따라 나와 같이 변해가는 것 같아 좋아요. 그리고 공연은 물론 눈물을 왈칵 쏟을 것만 같을 정도로 멋있었어. 오아시스를 좀 뒤에서 보아야 한다는 그 사실을 인식한 그 순간에는 언니네를 보고 온것을 약간 후회하기는 했었다. 하하하핫. 하지만 지금 다시 돌이켜보니 별로 후회되지 않는다.
오아시스. 4월에도 그랬지만 역시 진짜로 눈시울이 뜨거워졌어. 내가 앞에서 진짜 많은 밴드들 공연을 보며 최고라는 찬사를 수도없이 보내곤 했지만, 벅차오르는 감동과 촉촉한 눈가를 느끼게 하는 건, 오직 당신들 뿐이야. 즐거움은 말할 것도 없고,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한달까. 노엘은 중간에 살인미소를 보내고, 리암은 열광적인 관객반응을 무진장 즐기는 눈치였고. 4월보다 멋있었구나.

*** 물론 아쉬웠던 점도 많았다.
하하하ㅏㅎ, 생각하니 웃음부터 나오는데, 완벽한 텐트를 쳐본 경험이 없는 우리가 오랫동안 실갱이를 하며 완성한 텐트에 크게 만족하기도 했었다는 추억으로 남았지만, 어쨌든 텐트치고 자기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첫날 텐트 분배 인력을 한두명 배치했던 것, 그 어떤 전산시스템도 없이 수기로 적은 목록을 쪽찌에 찢어 주면서 텐트를 분배하는 방식은 정말 문제가 있다. 예약 확인하는 줄 한번서고, 텐트 받으러 줄 한번 서고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던 것도 문제가 있다. 누가 보아도 예약 확인하는 줄만 서면 확인 끝나고 텐트받는 곳으로 바로 가도록 하게 하면 간단한 것을 말이다. 돈내고 즐기러 온 사람한테 비효율적 노동을 시키고 있는 그 운영미숙이라니...
오 그렇다고, 야영을 비추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시 가게 된다면 나는 또 편안한 숙박보다는 야영을 선택할 것 같다. 누가 그랬나 캠핑이 락페의 꽃이라고. 해가 지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음악이 지지 않는 밤 공연장 주변은 젊음과 낭만의 극치이다.

관객 숫자에 비해 편의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화장실은 그나마 나았지만, 여자샤워장에 끊어지지 않는 줄 어쩔것이니.
한타임 공연만 끝나면 끝도 없이 줄이 늘어 서는 음식 부스 어쩔거니. 술은 거의 줄을 안서도 마실수 있는데 반해, 잔디밭 주변에 음식점은 진짜 너무 심하게 부족했다.
 
그 외엔 별로 단점은 생각나지 않는다. 이런 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느낌만 남아있는 것은 물론 그곳에 실재했었던 멋진 우리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낸 완벽한 세상의 모습때문이겠지. 그 누구도 아닌 우리가.

첫날 낮공연은 한산한 편이다. 앞쪽 펜스안은 그러나 언제나 광란파티중.


공연사진은 대부분은 광란중에 찍은 거라 초점 안 맞거나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중 볼만한 것만 추린 것이 아래 사진들. Fall Out Boy 귀여웠어.



양쪽에 스크린을 달고 있어 대충 이런 광경이 나온다. 진짜 사진으로만 보며 부러워하던 해외 락페스티벌같애.



크라잉넛. 크라잉넛 공연 당일이었는지 다음날인지 모르겠는데 야밤에 푸드존 근처를 배회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이들을 만났다. 하하하하하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했음. 그때 반가웠어요.



스타세일러. 그린스테이지는 야외의 상쾌한 분위기는 없지만 밀집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조명의 효과도 배가되고. 뒤쪽편에서는 알콜도 팔고 있어 최고다. 마치 라이브 락클럽을 백배정도 크게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느낌.




우아오우 싸랑해요 위저. 그저 팬이었다가 완전 빠순이가 되었다.



나는 이식당에서 나온 인도 아저씨들 밥이 제일 맛있었다. 이름은 기억 안나는데 노란소스 꼬치닭고기와 케밥 진짜 짱임.



텐트 안해서 발들 셀카. 우리 사랑했던 텐트의 전경을 못찍고 철거한 것이 한이 된다.



텐트촌 전경. 이렇게 남의 텐트만 왕창 찍고.



텐트촌에서 빅탑스테이지로 가는 길. 저 잔디밭 위의 사람들 좀 보세요.


푸드존 근처 다양하고 사랑스런 부스들. 다양하고 사랑스런 사람들의 뒷태들.



헤나를 해주는 부스이다. 오아시스, 위저, 장기하와 얼굴들이 보인다.


아 진짜 무대 멋졌다. 딱 처음보는 순간 트랜스포머가 생각났다. 스피커들 천장에서 부터 아래로 다닥다닥 붙은 걸 보면 더 트랜스포머같음.


미친 친구들. 크흐흐하하ㅏ. 모두가 친구처럼 느껴져


이밴드가 Human Instinct 인상좋은 슈퍼집 아저씨 같아. 드럼치며 완벽하게 노래도 부른다.



아 델리스파이스. 설명할 수 없는 특유의 감성은 모국어로 노래해야 제맛이다. 공연을 보면서 나의 과거를 스쳐 지나오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호주에서 친구들과 한국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이 노래가 나왔었지. 그때 그 순간의 냄새와 느낌과 분위기와 옆에 있던 친구들의 존재감이 그대로 생생하게 재현되는거다. 음악이 힘이란 참 경이로울때가 있다.


인도음식 부스 옆 핫도그 부스. 줄이 길게 늘어섬. 이 핫도그도 맛있었다. 사진에 찍히진 않았는데 이곳에서 한 무리가 공연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한테 같이 춤추자고 들이대며 장난을 치기도 했었다. 사람들은 즐거워하면서 같이 춤춰주기도 하고 부끄러워하면서 도망가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베이스먼트 잭스. 어찌나 사람좋아 보이던지.


아 진짜 베이스먼트 잭스는 마약수준이었어.(위에도 썼다시피) 무대를 장식한 연기도 한몫했겠으나, 아티스트들을 구경하는데는 좀 방해가 되었다.


베이스먼트 잭스의 싱어들. 그 에너지 집으로 가져오고 싶어.


이 텐트는 관객들 대부분이 왔다갔다 하면서 봤을 것 같다. 빅탑스테이지 바로 주변에 누가 이런 러브하우스를 지어놨다. 오아시스 100M!! 진짜 공연순간에는 100M 앞에 오아시스가 있었지 크하하


그린스테이지 뒤편. 아담한 잔디밭이 운치있다.


이건 아마도 말보로에서 세운 클럽같은 부스일것이다. 새벽까지 계속 음악이 흘러나왔다. 둘째날 밤에 들어가봤는데 분위기도 좋더라. 체력땜에 맘만큼 놀지는 못했어.



세수하고 오는 길 빅탑스테이지 전경인데 이날은 세째날이었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12시쯤부터 사람들이 펜스안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있다. 이미들어가서 빽빽이 채우고 있구나.


아 죄송해요. 모습이 좋아보여서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올려요. 기분 나쁘시다면 당장 내릴게요 ㅎㅎㅎ


장기하와 얼굴들!


지금부터 이어지는 무대 주변 사람들 모습. 펜스주변에서 광란으로 물뿌리며 뛰고 구르며 보는 공연도 좋지만, 흘러가는 구름보며 앉아서, 누워서 듣는 공연도 참 좋아요. 뜬금없이 누가 텐트를 저기다 쳐놨네.



아시안쿵푸제네레이션. 오 이름만 듣고, 또 일본밴드라는 선입견땜에 와일드한 패션일줄 알았는데 의외로 귀여운 고시생 패션이라 의외였던. 음악도 참 듣기 좋았다. 한국말로 인사하다가 갑자기 "일본말 해도 되요????" 완전 귀여웠음.


요조. 남성팬들의 환호가 마치 군대 위문공연을 연상케 했음. 이번 기회로 앨범 찾아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마이클잭슨을 기리고...


패티 스미스. 참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 누구나 해보지 않았을까.


마지막 날 아쉬운 해가 조금씩 기울고 있다.


장기하씨는 실제로 가까이서 보니 얼짱이었음. 귀공자 스타일. 헤어스타일 때문인가. 노래에서 느껴지는 그런 포스와는 또 달랐다.


프리실라 안. 시작하기 전에 같이 불러달라고 했건만, 그녀가 부른 노래는 아리랑. 아무도 선뜻 따라부르지 않고 듣기만 했었다. 왠지 모르겠다. 한국인 할머니를 가졌다고 고백하는 미국인이 열심히 연습하여 부르는 아리랑에 그냥 숙연해졌던 거 같다.


JET! 밴드명조차 간지나는데, 드럼에 새긴 굵은 폰트 JET글짜는 진짜 최고로 간지나는 장식이야. 이 밴드 알고보니 훈남 집단이었다. 그걸 떠나 공연자체가 최고였음.


언니네이발관. 진심으로 사랑해요. 아름다운 것 할때 울뻔했어요.


넥스트는 대망의 오아시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오아시스 떼창때문에 목이 다 쉬었다. 노느라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는데, 사이좋게 리암 보컬때 한컷, 노엘 보컬때 한 컷.
리암은 지난 4월 공연 때보다 더 흥분한 것 같았다. (아 근데 옷은 똑같은거 입고 온거 아니에요?ㅎㅎㅎㅎ) 진짜 개인적으로 라이브 원츄 1순위인 Supersonic, Live Forever도 빠짐없이 해주었고. 당신들은 나의 히어로, 나의 원더월. 동시대 최고의 밴드.

liam - my kinda country



My kinda band. 당신들이 있어 내 인생 전체가 업그레이드돼요.

독신

Damn, i'm still working now, 11:40PM.

정말 이상한 일이다.
나는 철들면서부터 독신을 생각했는데, 그게 왠지 좀 부끄러워서 떠들고 다닌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때는 인생 선배들(기혼자들이건 미혼자들이건간에)과 대화를 하다보면, 결혼은 무덤이야라는 식의 농담을 자주 듣곤 했었다.

요즘은 용기가 좀 생겼는지, 결혼이 대화의 이슈가 될때마다 농담처럼 진담처럼,
나는 독신으로 살겠다고 종종 공개적으로 말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사랑하는 우리 인생선배들,
하다못해 동갑내기 회사후배조차 결혼의 의미에 대해 진지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좀 자극을 받았다.

혼자 있게 되면 그들의 말을 곱씹어 보게 된다.

오늘은 유과장님이 그랬다.
"그런 순간이 있어. 기쁨이 두배가 되고 슬픔이 반이 되는 순간이."

그렇게 진지한 말을 하다니. 그리고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20대의 끝

D 마이너스 1년 5개월 정도인 20대의 끝을 실감하면서 가장 아쉬워 지는 건.

언니처럼 결혼에 대한 조바심도 하다못해 연애에 대한 조바심도
커리어에 대한 조바심도, 경제력에 대한 조바심도,
시들어 가는 외모(? 핀적도 없지만)에 대한 조바심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설계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별로 없는 거 같고.

생각없이 살고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은 조금(아니 조금 많이) 있다.

근데 그중에 제일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로 조바심이 나는 건,
20대에 해야 할 일을 너무 많이 해보지 못하고 흘려 보내고 있다는 것.

오, 나의 인생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앞으로도 몇십년이고 계속해서 흐르겠지만,
스물 몇살에 꼭 했어야 했다고 후회하게 될 일이 분명 있지 않을까.

굿나잇/미스트리스

굿나잇 - 펄프의 싱어 자비스 코커가 첨부터 등장해 깜짝 놀람
아 이영화 영국영화구나, 그러고 보니 저 여자는 기네스 펠트로다.(여기에서도 깜놀)
주인공 남자는 첨보는 사람인데 설정상 한때 잘나가는 밴드멤버. 실제라는 느낌을 주기위해 설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비스 코커가 등장해 그놈 참 이런이런 놈이었어라는 식의 멘트를 한다. 인터뷰중인 것처럼. 근데 그 연출이 별로 성공적이지는 못한 거 같다. 영화자체는 별로 인상적인 것이 없음. 꿈에 대한 영화로는 수면의 과학이 있었으니. 영화의 가치는 기네스 펠트로의 재발견 정도일까. 지금 현재, 현실을 상징하는, 친근하지만 지겨운 일상을 대변하는 역으로도 손색이 없다니.(항상 저 하늘 위의 여신같은 느낌이었는데 말이지)

미스트리스 - 이 영화는 언급했던가... 끄적이겠다고 생각만 했던 것일까 잘 모르겠음.. 
나중에야 이 프랑스 여류감독이 그동안 성에 대한 화끈한 연출로 평단의 뜨거운 감자였다는 것을 알게됨. 보는 중에는 그저 아름답고 황홀한 화면에 멍해있었다. 보고 난 후에는 아 이영화 머지... 라는 멍한 기분 잠시. 아 도대체 멀 말하고 싶은 거야. 남자의 바람기에는 답이 없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지긋지긋하고 지저분하고 끈적하게 사랑한다는 게 어떤건지 여실히 보여줌,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가며 사랑한다라는 바로 그 느낌. 이집트에서인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가 죽는 장면에서 절정이다. 아 진짜 짜증나, 그치만 멀리 달아나 버릴수도 없어, 바로 그런 느낌. 나는 안 당해봐서 아직 잘 모르겠음. 하지만 건물, 방안 인테리어, 소품, 옷. 아름다움의 극치라고할 수 있을 정도로 찬미적이다. 아 그러나 이 영화 최고의 악세사리는, 당신 후아드 에이드 아투. 다비드상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가히 말할 수 있겠다. 나도 이 사람을 보기전에는 다비드상이 그렇게 아릅답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런데 남자의 육체란 여체만큼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더라. 노골적인 정사장면도 이 사람의 육체로 인해 마치 스타일리시한 패션화보의 한 커트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나도 모르게 내면의 나는 이런 영화에 끌리는 거 같다. 남들 다들 싫어라 하는 마리 앙투아네트(소피아 코폴라 버전), 보고나서 한동한 그 달콤한 황홀함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음.
드라마 황진이. 오 진짜 이 드라마 사랑했었는데. 시각적인 요소도 물론 크겠지만, 더욱 중요한 건 거칠게 씁쓸하고 어쩔 때는 짜증스러 생의 단편단편들이 비현실적으로 미화되서 조직화되어 짜임새를 갖추는 그런 연출을 참 좋아한다. 비장미라고나 할까. 비현실적일것, 그게 중요하다.

Saawarya

아, 음악, 노래, 춤
라지, 사키나, 굴랍지, 릴리안 할머니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압권인 영상.
꿈결같고 환상적이며 아름답고 행복하면서 그래서 살짝 슬프다.
한편의 아름답고 지고지순하고 순결한 장편시를 본 느낌,
잊고있었던 추억조각, 꿈조각을 꺼내보는 느낌이랄까.

인도 출신 작품에서 내 취향의 영화를 발견한 것은 참으로 의외이다. 검은 밤의 배경에 알록달록한 색깔들의 향연들로 입혀진 화면은 진짜 딱 내 스타일이다. 회화적 영상만으로도 참으로 감사한데, 아 음악들은 정말 눈물이 묻어날 정도로 예쁨. 꿈같이 몽롱한 사운드에 묘하게 구부러지는 보컬 스타일. 인도적이다. 어딘가 민요적인데도 세련되었다.
물랭루즈와 쫌 닮은 영화다. 훨씬 더 낫다고 해도 과찬이 아니다. 아시안의 감성은 서구의 그것보다 훌륭한거지.

배경은 세트일까, CG일까. 완벽한 햇살, 은은한 미풍들에 대한 표현들은 정말 예술이다. 조명 기법인걸까.
벽마다, 기둥마다, 망사 커튼마다 예쁜 그림이나 문양이 있다. 지붕이 볼록한 인도식 건물들로 둘러싸인 동네풍경은 참으로 놀랍다. 예쁜 조명으로 치장된 영문으로 된 간판 사인들. 강위의 배에 앉아서 보는 야외 극장에 대한 묘사.

내가 사키나라면 뻣뻣하고 느끼하게 생긴 이만보다, 발랄하고 장난꾸러기인데다 유머러스하고 순수한 해피청년 라지를 사랑하겠다. 다만 이만은 목소리가 멋있긴 했다. 계속해서 마초같은 형편없는 남자일거라고 생각하다가 마지막에 눈물고인 눈으로 사키나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맘이 다 풀어졌다.
굴랍지는 정말 멋진 여자다. 우리의 의리쟁이 언니.
샤키나는... 오 정말 인도 여자들은 아름답구나. 흰 드레스를 입고 검은 미역같이 구불거리는 긴 머리를 풀어헤친 채 달려가는 모습은 과연 여신이더라. 큰 눈, 입꼬리가 눈에 닿을 듯 올라가며 환하게 웃는 미소, 구슬 굴리듯 흩어지는 높은 웃음소리, 내가 라지라도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인도여자들의 옷은 정말 예쁘구나. 섹시하기도 하고. 얼굴에 살짝 손을 스치면서 하는 인사도 멋있다.

<인상 깉은 장면>
오프닝에 라지가 춤추면서 사와리야를 부르는 장면, 아이드 밤에 흰 옷을 입을 사제같은 남자들이 집단 춤을 추는 장면.
이만과 잘되면서 사키나가 양탄자 먼지를 털어내며 기뻐하는 장면, 파티중에 12시 종이 울리자 사키나가 다리로 가야한다고 달려가는 장면






























-라지
한 가지만 말하죠
슬픔은 피할 수 없어요


그건 모두의 삶에 스며들죠


하지만 걱정 말아요
내가 슬픔과 싸우는 법을 알아요


이건 비밀인데요


인생을 권투 경기장이라고
생각해봐요


상대 선수는
불행이라는 녀석이고요


불행의 손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당신 손은 두 개밖에 안 되죠


그놈이 당신 앞에 나타나도
두려워 말아요


그 녀석 눈을 똑바로 보고


상대의 힘을
가늠하는 거예요, 그리고...

-릴리안
그 여자가 네 인연이라면


그 무엇도
너희 둘을 떼어놓지 못해


그리고 네 인연이 아니라면


그 무엇도
맺어지게 할 수 없고


그 결정은 네가 아니라
신이 내리시는 거니까

Noel's 'Tales From The Middle Of Nowhere' (02/04/09)

Saturday, April 04, 2009 

Category: Music
Soz for the break in transmission. My phone don't work in Korea. Now..where were we?

The Japanese leg finished up with a bang. Great show. Was still feeling wiped out. Don't really think they seen us at our best this time. Does that make any sense? It does to me.

Talking of not making sense, tell me what you make of this. Y'know how them Japanese have a unique take on things? Well I was strutting 'round Shibuya (in Tokyo) the other day and I spotted something that made me laugh. Found myself on a street full of themed bars. Get on these.

An Irish bar (naturally).
An English bar.
A BRITISH bar (can't leave the Scots and the Welsh out - sweet really).
A Victorian bar?!

And this is the killer - a lads bar!? The sign in the window (in very laddish pink neon) read: LADS BAR (FOR CASUAL DRINKING). I had to have a look in. Y'never know, Mr al-Fayed's shoes might've been at the bar. There was a few boys in there with fresh NME/Shockwaves hairdooz. Looking about as casual as Franz Ferdinand putting on eyeliner!

Remember "The Sign"? Well the kids had them in Korea. Except these ones said "Noel Or Death"!! There was one at the airport today. In Taipei!! Madness.

That gig in Seoul was truly amazing. The stand-out gig of the whole tour so far. Who'd have thought it? Not me, that's for sure. God bless them South Korean kids.

Gotta go. It's taken me nearly 2 hours to write this. Bit too much to drink last night, etc.

In a bit.

GD.
아하하하하하ㅏㅎ, 두 형제가 코리안 키드에 대해 언급을 마쳤구나. 내가 머랬어. 다들 미쳤다 그랬지.
다른 말들은 거의 다 못 알아 듣겠음.

The World At Night(TWAN) 프로젝트 사진 중 몇장


네이버 갤러리엔에서 퍼옴(http://photo.naver.com/galleryn/46)
이렇게 퍼와도 되는 건가요? 출처를 밝히면 괜찮지 않나요?

www.astronomy2009.kr
와 이런 사이트도 있구나. 온갖 행사들이 많다. 2009년은 세계 천문의 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공짜 프로그램들.
여기를 구경하니 온갖 잡다한 생각이 나는데 일단 다음 포스트에 찍겠다.


알래스카, 하와이, 노르웨이, 옐로스톤파크, 캐나다

알래스카와 같은 얼음세계
하와이 같은 열대낙원 세계
노르웨이같은 스칸디나비아반도 일대의 북유럽 국가들
옐로스톤파크와 같은 어메이징 지질
은 가보고 싶은 곳 목록에 꼽던 곳이다.
캐나다는 의외인걸. 오로라를 보려면 캐나다를 가야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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