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an lake


문학, 그림, 음악, 영화와 같은 매체가 아닌 "춤"으로 카타르시스같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걸 몇십년만에 처음 알았다.

이 뮤지컬은 독특하게도 배우들의 말소리 노래소리가 없다. 차이코프스키의 풍부한 선율에도 불구하고, 전자음악이 내 귀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배우의 점프에 뒤따르는 발구름소리, 호흡소리가 귓가에 크게 들릴 정도였다. 처음에는 무대가 너무도 적막하게 느껴졌다.

오직 인간 신체의 움직임만으로 무대를 채운다. 오직 그것만으로 관객에게 호소하고 관객을 압도한다.

점점 그들의 고통과 환희 감정들이 그 어느 음악보다 영화보다 시끄럽게 날아와 박힌다.

왕자가 처음으로 백조의 호수에 당도하여 목격하는 백조들의 황홀한 군무가 끝나고, '그' 백조의 독무가 이어졌을 때,

그 춤사위가 너무도 절절하고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울었다.

마치 현생의 존재가 아닌 듯, 마치 환상인 듯 완벽한 아름다움, 힘이 넘치고 벅차면서 동시에 신비롭고 도도하며 우아하다.

그런 존재가 눈앞에 그렇게 짠하고 나타난다면, 굳이 현실에 번번히 막히는 외로운 왕자가 아니더라도 단번에 동경해 마지 않을 것이다.

소리내어 울지않아도, 고함치거나 절규하거나 하지 않으면서 오직 인간의 신체로만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감성의 소용돌이.

마치 사랑에 빠진 듯 오랫동안 두근두근하였다.

- 5/23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본 후 두서 없이 느낀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