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6월 초여름 퇴근길에는 헌 책 쇼핑을

차츰 하늘빛이 꺼져가는 6월 퇴근길 오후 8시 30분.
그 진청색 하늘을 배경으로 온통 빽빽하게 빛나는 붉은 신호등 불빛이 대비되어 더욱 강렬해 보이고.
차들의 호흡일까, 한낮 태양으로 달구어진 땅의 열기일까. 오늘은 땅거미가 지는데도 주위가 따뜻하다.
중앙차로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가만히 서있자니,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나뭇가지를, 머리카락을, 옷자락을 차례로 잡고 흔든다.
뺨과 목덜미와 팔목을 서늘하게 쓸고 지나간다.

누가 말했나. 쓸데없이 지인 불러 맥주마시고 싶은 밤이라고.
봄보다 가을보다 항상 초여름을 좋아했었다. 내 사랑 유월이 이렇게 흘러 가는데,
마음껏 쓸데없이 실없어지지 못하여 이리 외로웁구나.
오래된 헌책방 책냄새로 쓸쓸함을 달래고,
오늘과 닮은 제목을 가진 책 두권을 샀다.
'떠도는 별',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