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I saw the devil)

김지운 감독 4작품을 보았는데, 4연타이다. 앞으로는 님 이름만 보고 영화를 선택하게 될 듯.
전작과 같은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맛은 덜하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리얼리티에 도움을 준 느낌.
주위에서 하도 세다는 말들을 많이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거부감들진 않았다.

(그러나 완전 많이 사간 통통오징어는 하나도 못먹었다 ㅋㅋㅋ)

오히려 수현의 복수가 첨 호언장담했던 것에 못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

"악마를 보았다"에서 악마가 장병철인지 김수현인지 헷갈릴 정도로 시원한 복수극으로 진행되는게 아닐까 했는데 말이다.

잔인하네 마네 하는 느낌을 결정짓는 것은 그 대상에 따라 심하게 달라지는 것 같다.

영화가 (좀 많이 과장하자면) 무슨 뉴스보도 화면처럼 꾸밈이 없고, 거기다가 사람들 대사도 많이 없어서 마치

실제처럼 몰입하게 된다. 거기다가 잔인한 연쇄강간살인범 사건은 실제로도 많이 일어나서 마치 사건25시 같은 프로그램의 실제 사건 재연을 보는 듯한 기분.

몰입한 나머지 이 개사이코에 대한 분노가 너무 세져셔, 이 놈이 당할때에는 무슨 짓을 당해도 전혀 잔인하다는 생각이 안드는거다. (나 좀 무서운 사람인 듯 ㅋㅋ)

 

보면서 한번더 들었던 생각은 현실에서 이런 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대사에서처럼 이들은 공포도 걈정도 없어서 복수하기에도 불가능하고, 법적 처벌로 뉘우치게 하기도 불가능한 것 같다.

풀려나오면 똑 같은 짓거리를 반복하는 성범죄 전과자들은 어떻고.

이런 생각만 하면 좀 갑갑해져서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범죄를 예측하고 막는 그런 시스템이 진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하도 한을 안고 사는게 우리네 민족의 정서라는 얘기가 많았고, 수많은 문학, 예술에서 그걸 승화시켜 와서,

개인적으로는 이런 영화에서 억눌린 판타지를 채우는 것 같다. 받은 만큼 똑같이 돌려주고 싶다는 판타지말이다.

허나 당하는 사람한테나, 가하는 사람한테나 진절머리나는 복수극 뒤에 마지막에는 항상 수현의 울음처럼 상처가 남는다.

그게 복수전의 상처보다는 좀 덜어진 상처일까. 아니면 더 한 상처일까.

 

암튼 이병헌은 정말 뵨사마라는 타이틀에 가려진 몇 안되는 걸출한 연기자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

최민식도 물론 말이 필요없겠지만, 개인적으론 그 맑은 눈이 맘에 안들어요. 그 맑은 눈에 사악함이라니 더 용서가 안되는 경우인가.ㅎㅎ

그러나 오히려 동네 슈퍼집에서 오다가다 마주치는 동네 아저씨 같은 스스럼없는 자연스러움이 더 소름끼쳤는지도.

악마가 대놓고 악마처럼 생기라는 법은 없고, 오히려 그게 더 현실성있는 설정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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